유통업계 로코노미 확산…‘힙’한 경험 찾는 소비자에게 어필

기업·농가 맞손…특산물로 신제품 선봬
식품·편의점 등 지역 농산물로 ‘활로’
원재료 안정적 수급 및 농가 판로 지원
“모두가 윈윈”… 로코노미 열풍 더 거세진다
  • 등록 2024-10-04 오전 6:05:00

    수정 2024-10-04 오전 6:43:01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유통업계에 지역 특산품으로 제품을 만드는 ‘로코노미’ 열풍이 거세다.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로코노미는 지역 농가의 판로확대와 기업의 상생사업으로 선순환을 이루는 게 골자다. 소비자들도 지역의 특색이 담긴 제품을 소비하는게 ‘촌스러운 것’이 아닌 ‘세련된 것’으로 통하면서 최근 로코노미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에 청양 홍고추를 납품하고 있는 서용혜씨 (사진=교촌에프앤비)
치킨 프랜차이즈부터 편의점까지…로컬과 손잡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의 운영사 교촌에프앤비(339770)는 3년간 치킨 소스 제조를 위해 청양 홍고추, 마늘, 아카시아꿀 등 총 3825t에 달하는 국내 농산물을 사용했다. 국내산 재료를 이용해 제품의 품질력을 강화하고 농가 판로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청양 홍고추 2800t, 마늘 700t 아카시아꿀 315t 수준으로 매년 사용량이 증가세”라고 말했다.

CJ푸드빌도 지난 8월 충남 당진시·예산군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내놓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에서는 예산 쪽파를 활용한 ‘충남예산 쪽파 송송 고로케’ 등을 출시했다. 외식 브랜드 ‘빕스’도 충남 당진 새우를 활용한 스테이크 세트 등을 내놓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도 2021년부터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한 ‘진도 대파 버거’는 한 달 만에 150만개가 팔렸다.

한국맥도날드가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시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의 캠페인 (사진=한국 맥도날드)
음료 업계에서도 로코노미는 이미 대세로 자리매김 했다.

한국 스타벅스는 지난 5월 전남 고흥 유자를 활용한 ‘유자 자두 에이드’ 등을 판매했다. 국내산 농산물로 계절 음료를 선보이는 상생음료의 일환으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5차례의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이디야커피도 지난해 5월 충남 지역 특산물인 수박, 방울토마토를 생과일주스 메뉴로 출시해 판매 2주만에 30만잔을 팔았다.

이는 식품업체만의 일은 아니다.

BGF리테일(282330)의 편의점 CU는 지난 5월 경남 창녕 햇양파로 만든 도시락 등 간편식 5종을 내놨다. CU는 이번 제품으로 창녕 양파 약 30t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GS리테일(007070)의 GS25도 7월 충북 충주시와 손잡고 디저트 ‘충주맨애플도넛슈’ 등 제품을 판매했다. 공무원 유튜버 ‘충주맨’과 홍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 5월말 제주도 ‘아침미소목장’ 원유로 만든 디저트를 출시했는데 출시 후 두 달간 디저트 매출이 전년대비 30% 급증했다.

“모두가 윈윈” 로코노미 경쟁력으로 꼽는 이유는

업계가 로코노미를 경쟁력으로 삼는 이유는 원재료 수급부터 신메뉴까지 기업과 농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이어서다. 기업은 고품질 국산 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 농가도 판로 확대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계약재배가 대표적 사례다. 교촌은 최근 3년간 매입한 청양홍고추가 총 2800t에 달하는데 이중 58%가 계약재배 물량이다.

CJ푸드빌의 외식 브랜드 더플레이스, 빕스, 제일제면소가 충남 당진 새우를 이용해 출시한 메뉴 (사진=CJ푸드빌)
소비자 역시 지역특색을 살린 메뉴로 이색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지역특색을 살린 메뉴는 이제 촌스러운 것이 아닌 ‘힙’(세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지난해 5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81.6%가 로코노미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로코노미 소비 이유로 ‘이색적’(49.6%)이 가장 많았고 이어 ‘특별한 경험을 위해’(39.2%) 등을 꼽았다.

특히 로코노미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유행과도 맞닿아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가치를 내걸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맥도날드 등 외국계 기업들이 로코노미를 밀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윤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의미가 크다. 특히 ‘착한 소비’, ‘윤리 소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소비 트렌드다. 이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앞으로 로코노미 열풍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코노미는 지역 농가와 기업의 경제고리를 형성하는 수단”이라며 “해당 지역의 특산물과 문화를 전국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가치 소비 트렌드와도 부합하는 점”이라며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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