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겸의 친구, 야구] 김병현, 이제 정면승부 ''고질'' 버릴 때다

''살아 남는 자가 강자다'' <필라델피아전 관전평>
  • 등록 2007-05-24 오후 8:06:35

    수정 2007-05-24 오후 8:06:35

[로스앤젤레스=구자겸 통신원] 강한 것은 셉니다. 하지만 부러지기 쉽습니다. 부드러운 것은 약합니다. 그러나 휘어지기만 할 따름입니다.

김병현이 플로리다 이적 두 번째 등판인 2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 5.1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5안타 4실점하며 패전 직전까지 갔다가 9회 동점이 돼 간신히 '면피'만 했습니다. 데뷔 후 한 경기서 가장 많은 6개의 볼넷을 내주고 삼진은 4개였습니다.

그에게 늘 아쉬운 '강공 일변도' 피칭이 또다시 여지없이 승부로 직결된 경기였습니다. 초반 3실점이 모두 거기에서 비롯됐습니다.

1회 선두타자 마이클 번과의 대결서 '짠물' 판정이 겹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김병현은 내리 두 타자를 삼진으로 솎아 냈습니다. 2번 셰인 빅토리노를 8구까지 간 끝에 몸쪽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 지미 롤링스에게 다시 3구 몸쪽 패스트볼에 이어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4구만에 헛스윙으로 돌려 세웠습니다.

2연속 탈삼진의 징검돌 노릇을 한 몸쪽 패스트볼은 정말 위력적이었습니다.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어 투심 패스트볼처럼 가운데로 휘어 들어갔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공끝이 워낙 좋아 자연스럽게 그런 무브먼트가 생겨 난 것입니다. 와중에 도루와 견제 악송구가 나와 2사 3루.

다음 타자는 4번 좌타자 체이스 어틀리. 마이너리그에 내려가 있는 '왼손 슬러거' 라이언 하워드가 빠진 필라델피아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위협적인 타자였습니다. 김병현은 원 볼서 다시 '투심성' 패스트볼로 루킹 스트라이크를 꽂아 그를 움찔하게 했습니다 .

그런데 이어서 바로 문제의 고집스러운 '강공 피칭'이 나왔습니다. 한복판 약간 낮게 깔려들어오는 패스트볼 정면 승부. 지난해 30경기가 넘는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면서 강타자로 점프한 어틀리가 이를 놓칠 리 없었습니다. 그대로 통타, 우월 선제 투런 홈런.

어틀리의 카운터 펀치가 정신을 확 깨게 만든 찬물이었나요. 김병현은 이후 부쩍 강약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2회 2사 2, 3루서 톱타자 번을 패스트볼-체인지업-패스트볼-싱커-투심성 패스트볼에 이어 싱커로 헛스윙시켜 위기를 넘깁니다. 3회에도 어틀리에게만 조심스럽게 던지다가 볼넷을 내줬을 뿐 강약과 완급 조절로 별탈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런 가운데 2-2 동점이 됐습니다.

그런데 4회 선두 6번 그렉 돕스를 커브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뒤 또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7번 아브라함 누네스와 8번 로드 바라하스에게 거푸 초구 승부를 걸다가 좌익 선상 2루타-중전 안타를 잇따라 맞고 역전 점수를 내준 것입니다. 모두 칠테면 쳐보라는 식의 한 복판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이렇게 정면승부를 벌인 데는 몇 가지 이유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8일 이적 첫 등판 탬파베이전서 되찾은 제 공에 대한 자신감과 다시 한번 새 감독에게 확실히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당위감 같은 것 말입니다.

실제 그는 탬파베이전처럼 1회부터 마치 마무리 투수처럼 던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2회까지 이미 43개의 공을 던지게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게 해 결국 7번 타자에 이어 투수인 9번 타자에게 조차 볼넷 2개를 한꺼번에 허용하며 강판될 수밖에 없는 먼 이유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더 앞서고 본질적인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김병현의 '고질'인 강함을 고집하는 욕망입니다.

애리조나에서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돼 어깨 부상을 당하고 콜로라도로 이적해 재활 과정을 밟으면서 "이제 80마일대 공으로도 타자를 맞춰 잡는 요령을 배워야 할 것 같다"며 변신하는 듯했던 김병현은 언제부터인가 다시 옛날로 돌아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김병현과 그 옛날 BK와의 거리, 간극입니다. 샌디에이고의 한 타자가 천변만화를 부리는 그의 공을 겪어 본 후 "저런 투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절찬했던 BK는 냉정히 말해서 이제 아련한 과거 일 뿐입니다.

달도 차면 기울고, 꽃도 피고 나면 지기 마련인데 이제 달라져야지요. 변해야지요. 그리고 아직도 자신만만하지만 그래서 더욱 치기 어리기만 한 김병현이 꼭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 살아 남는 자가 강하다'는 정글의 법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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