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역사 22년, 7개약 사라지고 3개약 선전했다

유한 ‘렉라자정’ 31호 신약 허가
제미글로, 카나브 연매출 1000억 돌파
HK이노엔 ‘케이캡정’도 700억 매출 올려
일부 신약, 시장성·임상 중단 등으로 철수
  • 등록 2021-01-25 오전 7:20:46

    수정 2021-01-30 오후 4:27:31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지난 1999년 SK케미칼(285130)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첫 국산 신약으로 이름을 올린지 22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총 31개의 신약이 등록됐다. 이 중에서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는 약도 있는가하면 개발이 중단되거나 품목허가가 취소돼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약도 존재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LG ‘제미글로’, 보령 ‘카나브’ 연매출 1000억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유한양행(000100)의 ‘렉라자정’(성분명 레이저티닙)이 국산 신약 31호로 등록됐다. 렉라자정은 지난 2018년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이 30호로 허가를 받은 이후 약 3년 만에 나온 신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연구개발(R&D) 활동이 주춤한데다 제약·바이오사들이 미국 시장을 노리고 처음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져 국산 신약의 명맥이 다소간 끊겼었다.

하지만 올해는 렉라자정 이후에도 국산 신약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셀트리온(068270)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 코드명 CT-P59)는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면서 국산 신약으로 등재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069620)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은 지난 2019년 11월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신청, 1년 이상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도 지난해 5월 품목허가를 신청한 만큼 연 내 허가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국산 신약 중 가장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LG화학의 ‘제미글로’.(사진=LG화학)
신약으로 등재된 이후에도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성이다. 현재 눈에 띄는 매출을 내고 있는 신약은 3개 정도다. 2012년 국산 신약 19호로 등재된 LG화학(051910)의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는 매출이 연평균 55% 상승하며 지난해 국산 신약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의약품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을 넘었다. 지난 8년간 7억정 이상 판매되며 누적 매출도 5000억원에 달했다.

2010년 국산 신약 15호로 허가를 받은 보령제약(003850)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정(성분명 피마살탄)’도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보령제약은 카나브 단일제 출시 이후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치료하는 약물을 카나브와 결합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복합제를 꾸준히 개발해왔다.

HK이노엔의 케이캡정은 이들 뒤를 이어 연매출 1000억원을 올릴 신약으로 꼽힌다. 원외 처방액은 2019년 264억원에서 지난해 725억원으로 174% 급증했다. 전체 의약품 처방실적으로는 18위에 올랐다. 지난해 1, 2월 40억원대 수준이었던 처방실적은 9월 7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 증가 추세다. 이밖에 종근당의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성분명 로베글리타좀), 동아에스티의 당뇨병치료제 ‘슈가논정’(성분명 에보글립틴 타르타르산염) 등도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신약 7개, 임상·개발 중단 등으로 허가 취소

반면 시장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신약들도 있다. 식약처 허가 목록에만 존재하는 신약은 7개다. CJ제일제당의 녹농균백신 ‘슈도박신’은 2003년 국산 신약 7호로 허가받았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임상을 중단했다. 6년 이내 임상 3상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2009년 허가를 자진 취하하며 신약 중 처음으로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됐다.

성분을 허위 기재한 혐의 등으로 2019년 허가가 취소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동화약품이 1997년 국산 신약 3호로 허가받은 ‘밀리칸’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시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임상을 포기하고 2012년 품목허가를 취하했다. 2016년 허가를 받은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은 임상과정에서 개발이 중단됐다.

2019년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퇴출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당초 인보사 허가 자료에 연골세포가 포함됐다고 기재했지만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태아신장유래세포주가 삽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고 판단해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2015년 허가를 받은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정’과 ‘시벡스트로주’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는 출시됐지만 국내에서는 낮은 시장성 등을 이유로 출시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6월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삼성제약이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카엘젬백스의 ‘리아백스’도 임상시험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8월 허가가 취소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은 개발하는데도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막상 개발하고 나서도 기대만큼 많이 팔리지 않을 수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많은 위험이 동반된다”면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꾸준히 매출을 일으키는 약도 있어 신약 개발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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