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증거 없는 관악 모자살인사건, 합리적 의심여부 유무죄 갈린다

여러 정황상 간접증거들 살인범으로 남편 지목
범행 도구 및 DNA, 족적 등 직접 증거 못 찾아
치과의사 모녀 살인, 만삭 의사부인 살인 등 판례도 엇갈려
  • 등록 2020-04-04 오전 11:00:00

    수정 2020-04-04 오전 11:15:08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해 8월 22일 서울 관악구 소재 한 다세대 주택에서 여성 A(42)씨와 아들 B(6)군이 나란히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발생 직후 현장 내부에서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는 물론 족적이나 DNA, 혈흔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통신기록 조회 등 여러 수사 결과를 종합해 남편 조모(42)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 뒤 사건 발생 50일 만인 10월 5일 구속했다. 수사당국은 조씨의 수상한 행적들과 함께 사망 추정 시간 등 간접증거들을 통해 조씨를 `인면수심의 살인범`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조씨와 그 가족들은 `가족을 잃고 살인범으로 몰린 억울한 가장`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법원은 간접 증거들이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따져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관악구 모자살인 사건’ 편 화면 캡처.(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


핵심 간접증거는 외부 침입 여부·사망 시간·살해 동기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손동환) 심리로 열린 조씨의 결심 공판.

검찰은 “자상한 남편과 아빠라는 존재가 피해자들에게는 죽는 순간까지 사치였다. 목에 수 차례 칼날이 박히면서 어떤 아픔과 절망을 느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조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20년 간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범죄 성립 입증의 책임을 갖는 검찰은 이날 별도의 파워포인트 발표까지 진행하며 재판부에 간접증거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특히 살해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내연녀가 있었던 조씨가 부인, 아들과의 관계에서 완벽히 애정이 결여된 상태라고 봤다. 사건 발생 전 1년 간 조씨가 부인에게 전화를 건 것은 106차례에 불과했지만, 내연녀에겐 무려 2640차례나 했다. 내연녀 증언에 따르면 조씨가 아들에 대해서도 친자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마 도박에 빠져 금전적으로 매우 어려웠던 처지에서 아내가 가입한 여러 개의 보험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건 발생 당시 조씨 은행 계좌 잔고는 바닥나 있었고, 사건 발생 직후 보험사이트에 접속해 아내가 든 보험에 자신이 피보험자인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는 또 다른 핵심 간접증거인 사망 추정 시간이 제시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시신을 검안·부검한 법의학자들은 이들의 위 속에 죽 상태의 음식물이 남아 있었던 점에 비춰 사망 시간이 저녁 식사 시간 이후 4시간 뒤 또는 6시간 이내로 추정했다.

사건 당일 피해자들은 오후 8시께 저녁 식사를 마쳤고, 조씨는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35분까지 함께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간이 맞다면 피해자들은 조씨와 함께 있던 시간 살해된 셈이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다는 점도 중요한 간접증거로 꼽힌다.

간접 증거 인정 어디까지…과거 판례는?

간접 증거들이 조씨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실제 유죄 판결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조씨 측 변호인은 △조씨가 내연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아내와 관계 회복 의지를 보였다는 점 △보험금 만으로 범행동기가 충분치 않다는 점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 추정 시간은 사실상 법의학계에서도 증거로 사용하지 않을 만큼 부정확하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간접 증거만으로 살인 혐의 유무죄를 다툰 이전 사건들도 대법원까지 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사망 추정 시간이 핵심 간접 증거였던 대표적 사건으로는 1995년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과 2011년 `만삭 의사부인 사망 사건`등이 꼽힌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에 남편이 함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법원 상고심까지 다툰 결과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은 사망 추정 시간이 부정확하고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 만삭 의사부인 사망 사건의 경우 피해자 손톱 밑에서 발견된 남편의 DNA가 결정적인 간접 증거로 인정돼 징역 20년으로 마무리됐다.

2014년 95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외국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의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이 파기환송돼 대전고법에 계류 중이다. 이들 부부가 탄 차량은 고속도로 휴게소 근방에 주차돼 있던 화물트럭을 비스듬히 들이받았고, 조수석에 있던 아내만 사망했다. 졸음 운전으로 인한 사고사로 처리되는가 했지만, 당시 아내가 가입한 보험이 26개에 이르러 숱한 의혹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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