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치' 강조하던 전직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 등록 2017-10-27 오전 8:11:50

    수정 2017-11-08 오후 1:44:44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부가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공직 부정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법질서 확립으로 법치를 세워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8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법제처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재임 시간 내내 ‘법치(法治)’와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태를 이어왔다. 절정은 지난 16일 법정 발언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내뱉은 말들에는 구속기간을 연장한 재판부에 대한 분노만이 가득했다.

“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게 결론.”·“법치의 이름으로 한 정치보복은 저로 끝났으면 좋겠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한술 더 떠 박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을 자처하는 국제 법무팀 MH그룹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교도소 생활 중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그는 오히려 구속 후 특혜에 가까운 법원·교정당국의 배려를 받아왔다.

발가락이 아프다는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종합병원 진료도 받았다. 다른 국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돼 강제구인장이 발부됐지만 집행을 거부했다. 모두 일반 재소자들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불구속 재판’을 위한 지연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기간을 연장해 지연전략이 실패하자 아예 재판을 거부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이후 수차례 ‘배신’이라는단어를 입에 올렸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다”며 국정농단 책임을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떠넘긴 게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서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4년 넘게 대통령으로 예우해준 국민들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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