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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한국의 첫 만화는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의 만평이었다. 그 후 100여년, 만화는 어느새 디지털세상으로 옮겨왔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만화는 대중문화에서 늘 중요한 자리에 있었지만 한때는 ‘해악’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공부 좀 해라’란 말 뒤엔 ‘만화책 보지 마라’란 단서가 붙었단 얘기다. 그럼에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만화를 봤다. 작은 상자 속에 그려진 세상에서 상상을 키웠고 정서를 다독였다. 사회를 풍자했으며 종국엔 역사관까지 담아냈다.
세대를 가로지른 추억의 만화책이 한자리에 모였다. 만화 관련 자료를 통해 지난 세월 한국의 시대상과 변천사를 엿볼 수 있게 한 ‘20세기 만화대작전’ 전이다. 전시는 만화수집가 김현식(58) 씨가 소장한 자료 5000점 가운데 일부를 골라내 꾸몄다. ‘만화방 단골’이었던 그가 유년시절부터 모은 만화 단행본과 잡지, 신문 등 180여점을 손때 묻은 실물 그대로 공개했다.
1970년대에는 경제성장에 매진하던 척박한 사회분위기가 실려 있다. 그 틈을 타고 이상무의 ‘비둘기합창’, 이두호의 ‘무지개 행진곡’ 같은 명랑만화가 대세를 이뤘으며 허영만의 ‘각시탈’ 같은 역사만화, 임창의 ‘나의 로봇’이나 이상무의 ‘우정의 마운드’ 같은 과학·스포츠만화가 위로와 희망을 동시에 던졌다.
만화만으로 아련한 기억을 일깨우는 자리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마련됐다. 17일까진 1970년대 만화발전기를, 21일부터 내달 7일까진 1940~50년대 초창기 만화성장기를 풀어놓는다. 02-733-8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