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00년대 아파트값이 무섭게 치솟으면서 ‘천당 아래 분당’으로 칭송받던 분당신도시. 하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이 썩 좋지 않다. 개발 호재가 뚝 끊기고 아파트 노후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요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반면 다른 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울 강남권과 가까운데다 새 아파트라는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은 판교·위례신도시는 아파트값이 강남 못지 않을 정도로 신흥 부촌으로 자리잡았다. 경기권에서 가장 남쪽에 치우쳐 있는 광교신도시는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풍부한 녹지 등 뛰어난 입지 여건과 다양한 개발 호재로 경기 남부권 신도시 부동산 지형에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강남 바짝 쫓는 판교·위례 집값
경기 남부권 신도시 가운데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곳은 단연 판교신도시다. 이 지역은 신규 아파트가 10년 가까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교통망 확충과 함께 교육·상업·편의시설 등 도시기반시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수요자들이 꾸준히 모여들고 있다. 여기에 첨단 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미래형 자족도시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판교신도시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2459만원이다. 올해 입주 8년차를 맞아 아파트값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값 3위와 4위에 포진한 송파(3.3㎡당 2492만원)·용산구(2435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요즘 집값이 가장 무섭게 뛰는 곳은 위례신도시다. 위례신도시 아파트값은 4월 현재 3.3㎡당 평균 2317만원으로 서울 평균(3.3㎡당 1904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전체 자치구와 비교하면 용산구와 맞먹는다.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 들어 2.7%나 올랐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서는 무려 20% 뛰었다. ‘위례신도시 신안인스빌 아스트로’ 아파트 전용 96㎡형은 9억3000만원 선으로 한 달 새 5000만원 가량 호가가 뛰었다. 2014년 7월 분양가(6억8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가량 웃돈(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2015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는 송파구 문정·장지·마천동, 강남구 세곡동 등 강남권과 인접해 있어 인구 유입도 활발하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도 8277가구로 경기 남부권 중 두번째인 광교신도시(1290가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활력 잃은 분당 ‘집값 주춤’ …광교 ‘신흥 부촌’ 급부상
분당신도시는 1989년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개발한 대규모 공공택지지구다. 개발이 완료된 2002년 3.3㎡당 901만원에 불과했던 아파트값이 2007년 1978만원으로 두 배 이상 치솟으면서 ‘강남 대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집값은 20%나 떨어졌다.
수도권 1기 대표 신도시인 분당의 몰락은 아파트 노후화가 주요 원인이다. 이미 아파트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어 내부 평면이나, 커뮤니티시설, 주차 여건 등이 최근 공급된 2기 신도시 아파트와 비교해 열악하기 그지 없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분당은 도시기반시설이 잘 깔려 있는데다 자족 기능도 갖춘 대규모 신도시로 3~5년 후 재건축 가능 연한 도래로 아파트 재건축 바람이 불면 옛 명성을 되찾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광교신도시가 발빠르게 분당을 제치고 신흥 주거촌으로 급부상했다. 광교 아파트값은 3.3㎡당 1783만원으로 분당보다 10%나 높은 수준이다. 서울로 출퇴근하기엔 부담스러운 거리에 있는 게 단점이지만 수원·평택·화성 등에 직장을 둔 수요자들이 꾸준히 모여들고 있다. 경기도청 이전을 비롯해 수원법원종합청사와 수원검찰청사 등 법조타운, 문화·주거·업무시설 등이 집결된 컨벤션타운 조성 등도 호재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앞으로 광교신도시 집값 향방은 용인·수원·동탄 등 주변지역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