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 ‘초록의 구슬’(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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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여름 어느 휴양지일 거다. 시원한 초록이 진하게 피어오른다. 그런데 그 초록을 만든 붓질이 범상치 않다. 넓고 삐죽한 잎을 가진 별별 나무 사이로 붉은 지붕을 머리에 얹은 건물, 물을 뿜어내는 분수대 곁에 삼삼오오 섞인 사람들까지, 서구적 배경에 잔뜩 입혀낸 그 붓선이 말이다. 번짐의 깊이가 남다른 지극히 ‘동양적’인 거다.
작가 조은(36)은 수묵을 잡고 또 확장한 그림을 그린다.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에 현대적인 소재를 입혀 방대한 스펙트럼을 끌어내는 거다. 서양과 동양, 전통과 현대, 말이 쉬워 둘 다라지만 사실 더 중요한 두 가지는 따로 있지 않은가. 균형과 조화. “화면 안에서 다양하고 고유한 대상들의 균형을 맞추고 조화를 만들어가는 게 내 작업이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때론 의도보다 더 큰 자생력이 뿜어 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한지 위에 물과 아교로 번지게 한 나무와 파도가 우연적이고 유연해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하다”고도 하니. 굳이 작품명이 ‘초록의 구슬’(Beads in the Green·2022)인 건 “서로 비추며 빛을 내는 구슬처럼 자연과 인간이 일상에 어우러진” 장면을 표현하려 해서란다. 옛 산수화가 그랬듯 말이다.
8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초록의 구슬’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수묵채색. 120×120㎝.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 조은 ‘초록의 구슬’(Beads in the Green·2022), 한지에 수묵채색, 126×126㎝(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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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 ‘내 사랑스러운 동화’(My Lovely Fairy Tale·2022), 한지에 수묵, 33×33㎝(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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