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한국은 세계적 찬사를 받았다. 수준 높은 방역과 치료 시스템 덕분이다. 그동안 롤 모델로 여겼던 미국은 형편없이 추락했다. 콧대 높은 유럽도 우리를 높게 평가했다. 포스트 코로나 논의가 활발하다. 그 가운데 K-방역이 있다. K-방역은 질병관리청 승격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설립으로 모아진다.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부처별, 기관별로 분산된 연구조직을 네트워크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감염병 연구 거버넌스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놓친 게 있다.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이하 인수공)를 일방적으로 통폐합하는 문제다. 2015년 8월 문을 연 연구소는 국내 유일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다. 정부는 ‘인수공’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통합할 계획이다. 전북도 또한 여기에 호응하고 있다. 25일 기자회견에서는 국립감염병연구소로 전환하겠다는 입장도 공식화했다. 전북대와 교육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정책에 반발해서도, 밥그릇 싸움도 아니다.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다음은 대학에 연구소를 두는 국제적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은 세계적인 연구소를 대학에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로스알라모스연구소는 캘리포니아대학, 아르고네연구소는 시카고대학, 막스프랑크연구소는 베를린공대, 국가지진연구소는 동경대학이다. 대학에 연구기관을 두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대학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가 설치돼 있기에 융합 연구에 용이하다. 또 후계 연구인력 양성이라는 측면도 있다. 후계 세대 양성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앞서 청와대는 ‘인수공’ 활성화 필요성을 논의한 바 있다. 또 과기부와 복지부도 실무협의를 마쳤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알아서 긴다면 국가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쓰이게 된다.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설립하더라도 ‘인수공’ 존치를 능동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북도와 정치권 또한 정치적 의도를 버리길 주문한다. 어떤 방안이 지역과 국가에 도움이 되고,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익산에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소를 설치하고 ‘인수공’과 함께 연구하는 방안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수공’은 유일한 동물 전염병 연구기관이다. 설립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 동물 전염병 연구가 무너지면 인체 감염병 연구도 함께 붕괴한다. 포스트 코로나가 가져올 K-방역이 특화된 연구소를 없애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특화된 전문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킬 발상은 왜 못하나. 밥그릇 문제로만 접근한다면 지극히 근시안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