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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펀드 만기를 채우지 않고 이직하는 책임 운용역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책임 펀드매니저들을 믿고 투자를 맡긴 기관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계열 A자산운용의 책임 펀드매니저인 B이사가 해외 헤지펀드로 이직을 하면서 국내 최대 C공제회 해외 부문 펀드 자산이 공중에 뜨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펀드 매니저는 그동안 공제회와 호흡을 맞춰 탁월한 성과를 내 기관투자가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고, C공제회의 총운용자산(AUM)만 약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부동산 펀드는 5년 만기로 운용되기 때문에 B 이사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 그가 맡고 있던 펀드는 책임 운용역을 잃게 된다. 물론 C공제회는 B이사의 역량을 믿고 펀드를 맡겼기 때문에 새로운 곳으로 이관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펀드 책임 운용역의 역량이 중요하긴 하지만 투자 계약은 기관과 기관이 한 것으로 소송 등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더케이트윈타워의 운용역은 매각 이후 약 8억원의 인센티브를 받고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펀드 만기도 전에 이직하는 ‘철새’ 운용역들을 양산하는 국내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책임 펀드 매니저가 만기 전에 이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대부분 만기까지 펀드를 운용하며 심지어 30년 동안 한 펀드를 맡기도 한다”며 “만약 이직을 할 경우 그동안 맡았던 운용보수를 반납해야 하고 업계에 좋지 않는 평판을 얻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2년새 국내 부동산 운용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과도기적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난립한 운용사들이 한 차례 정리되고나면 해외와 같은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