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바이든 초청 이틀 전 공교롭게 또 시진핑과 일정 소화

오는 22일 바이든 초청 세계기후화상회의에 참석하는 文대통령
2일 전인 20일 中보아오포럼에 참석하며 시진핑과 화상 만남
지난 1월 바이든 통화 앞서 한중 통화 이뤄지며 미묘한 분위기
미중 갈등 속 中포럼서 보호 무역주의 비판
  • 등록 2021-04-21 오전 8:20:00

    수정 2021-04-21 오전 8:2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다자주의 협력과 자유무역 강화를 주창했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은 중국 주도의 국제 포럼이다. 공교롭게도 오는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다자 외교전을 앞둔 문 대통령이,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나란히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바이든 회담 이틀 전 시진핑과 보아오포럼 일정 소화

문 대통령은 이날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그동안 세계는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아시아의 포용 정신에 주목해왔다”면서 “한국 또한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포용적 다자주의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영상축사 화면 캡처)
주목할 점은 이날 보아오포럼의 개최 일정이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22일 화상으로 진행되는 세계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앞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간 전화 통화만 나눴을 뿐 대면한 적은 없다. 세계기후정상회의가 화상이나마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다.

이를 이틀 앞두고 문 대통령이 보아오포럼에 “아시아에서부터 코로나에 공동대응해야 한다”고 아시아 국가들의 유대를 강조했다. “걸핏하면 타국을 마음대로 부리고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처럼 강경 발언은 아니었으나 미중 갈등 속 동북아의 복잡한 외교 지형을 고려하면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에 앞서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며 줄타기 외교 한복판에 섰다.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진 한중 정상 통화에 대해 청와대는 연초 신년인사 차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논란의 목소리도 일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 일주일 후에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

美 백신 자국 우선주의 속 中 백신 기부 평가

문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아시아의 코로나 공동 대응은 서구의 백신 확보 흐름과 다소 괴리가 있다. 미국은 자국의 백신 개발 기업을 앞세워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유럽도 이 같은 조짐이 일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백신난’에 처한 개발도상국, 빈곤국을 상대로 ‘백신 외교’를 펼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와 같은 다양한 코로나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한국도 공평한 백신 공급, 원활한 인력 이동, 과감한 재정투자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상황과 유리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의 주도로 지난해 출범한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을 거론하면서 “역내 협력을 내실화하고, 아시아가 코로나 극복의 모범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6개국 정부 외교·보건 과장급 당국자가 화상회의를 통해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출범시켰으나 문 대통령이 참석을 노렸던 북한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호 무역주의 비판…“RCEP 통한 협력”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줄곧 국제 사회에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 무역주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날 역시 “당장에는 자국 경제를 지키는 담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존과 새로운 번영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지난해 체결한 RCEP을 통해 역내 경제 협력의 속도를 높이고,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 회복과 자유무역 발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영상을 통해 하이난에서 개막한 보아오포럼(BFA)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한국과 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로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 주도의 FTA다.

트럼프 행정부는 TPP를 탈퇴했지만 일본·호주 중심의 CPTPP는 언제든 바이든 행정부의 손길을 탈 수 있어 향후 한국의 가입 여부가 외교 사안이 될 여지가 있다. 아세안 이외의 RCEP 회원국 중 한국은 중국과 함께 CPTPP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중일 갈등 수위 높아지는데…文 “아시아국가 협력해야”

문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 국가들의 기술 협력도 강조했으나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 갈등은 점차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특허 출원 5대국 중 한중일 3개국이 포함될 만큼 아시아는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를 선도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번 보아오포럼에 일본은 참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 발맞춰 미일 공조 단계를 높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높은 수위의 공동 성명을 내놨다. 일본은 대중 봉쇄망인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한 ‘아시아 협력’과는 다르게 중국과 일본은 갈등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번 보아오포럼 참석과 관련해 “책임 있는 중견 선도국으로서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전을 공유하고, 당면한 국제 위기 극복을 위한 아시아권 민관차원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유용한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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