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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투명한 저것은 물방울이 아니다. 유리컵이다. 서 있지도 매달려 있지도 않은 컵의 매직쇼쯤 되려나. 하지만 신기한 일은 갈수록 정교해진다. 부유하는 컵, 그 안에 부유하는 어떤 생명체와 눈이 마주쳤다면 말이다.
작가 김영성(49)은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도 하는 극사실주의 회화작업을 한다. 그냥 ‘똑같이 그린다’와는 차원이 다르다. 생명체를 살아 있는 그대로 담아내니까. 개구리·달팽이·장수벌레·금붕어 등 작가는 세상에서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는 모델을 즐겨 데려다놓는데, 이 작은 생명을 극대화하려 작가의 기량을 극대화한다고 할까. 굳이 왜? “그래야 저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란다. ‘무.생.물’(無.生.物·2020)은 그 집요한 눈속임 중 한 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