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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마냥 묘수를 꺼낸 방안은 다름 아닌 대행 체제였다. 비상상황을 수습하고 당내혼란을 서둘러 잠재워야 한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상황은 더 꼬이고 문제는 결과적으로 더 복잡해져만 갔다.
권 직대→주 비대위원장 전환 단 22일
시간을 지난 7월 8일 새벽으로 되돌려보자. ‘0선, 30대’ 다시는 나오지 못할 신기록을 쓰며 취임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역시 다시는 나오기 힘든 당의 중징계로 6개월간 직무가 정지됐다. 이때 등장한 권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의 공석 상황을 궐위가 아닌 사고로 봤다. 쉽게 말해 사망 또는 당선무효, 자진사퇴에 따는 궐위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우는 사고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연달아 벌어진 사건에서 이같이 정의를 내린 것에 대한 후폭풍은 상당했다.
사달은 지난 7월 26일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긴밀히 주고받은 ‘내부 총질’ 텔레그램 메시지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자 갑자기 당은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한 중진의원 “어디 감히 일개 판사가 간섭을”
결국 이 전 대표의 반격은 시작됐고, 주호영 비대위호(號)는 닻을 올린 지 열흘 만에 해체될 위기를 맞았다. 이 전 대표 낸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됐고 비대위는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결국 직무 정지된 주 비대위원장을 대신할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은 또다시 권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할 키를 쥔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비대위를 반대하면서 사퇴를 하니 부의장인 윤두현 의원이 대신해 의장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직무대행은 국민의힘의 단골카드인 셈이다.
이 전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국민의힘이나, 본인이 대표로 몸담았던 정당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이 전 대표 양측 모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밥상 민심을 의식해 제2의 비대위를 최대한 추석 이전까지 맞춰 끝내겠다는 게 당의 계획이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여당의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다수의 국민들은 여당을 통째로 직무대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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