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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임신 중인 김모(30)씨는 300만원을 들여 태국 푸껫으로 태교여행을 다녀왔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공연히 기가 죽었다. 김씨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덜한 제주도로 2박3일 태교여행을 다녀왔지만 이마저도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
태교여행은 젊은 임산부들 사이에서 엄마가 되기 전 통과절차가 된 지 오래다.
임부와 태아가 안정기에 접어드는 임신 16주부터 28주까지의 기간 사이 해외나 국내 여행지를 찾아 휴식을 취하는 예비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만삭의 여성이 고급 휴양지를 거닐고 있는 모습도 이젠 낯설지 않다. 유명 연예인 부부가 하룻밤에 1000만원 짜리 고급 휴양지에서 태교여행을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태교여행이 예비부모들의 ‘신(新) 등골브레이커’로 불리고 있는 이유다.
선택 아닌 필수된 태교여행
여행업계에서 태교여행은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 잡았다. 특히 태아와 예비부모를 위한 여행이라는 특성상 비행기 좌석에서부터 호텔 음식까지 최고급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이 높다. 여행업계에서 태교여행 붐을 크게 반기는 이유다.
최고급 온천욕과 마사지 서비스, 만삭촬영권 등을 내세운 고가의 여행 상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임신부와 태아의 안전을 고려해 비행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미국 괌이나 태국 푸껫 등 동남아시아 지역 등이 인기가 높다. 가격은 3박4일 괌여행에 300만원, 3박5일 세부 여행에 318만원 등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A호텔 관계자는 “스파나 임산부 용품, 폴라로이드 카메라 대여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좀 더 가격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반면 B여행사 관계자는 “사실상 ‘태교여행패키지’는 일반 여행패키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가격이 좀더 비싸다”며 “공항에서 임산부용 양말 등을 제공하는 정도”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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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발달? 실제 효과는 미지수
예비부모들은 태교여행을 가는 이유로 태아의 오감 자극, 임산부의 스트레스 완화, 다양한 브랜드의 육아용품 구매 등을 꼽는다. 여행업체에서도 ‘태아의 두뇌발달 효과’, ‘산모 우울증 방지’ 등의 문구를 내세워 태교여행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조언이다. 여행을 위해 비행기나 자동차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임산부의 혈액순환에도 좋지 않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해외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태교여행은 태교의 중요성이 상업적으로 변질된 사례”라며 “무엇보다 태교는 엄마와 아이가 일상적인 생활을 공유하며 서로 교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임산부가 굳이 새로운 환경에 처하기 보단 매일매일 변화 없이 편안한 상태에 있는 것이 태교에 더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태교여행 유행에 고충을 호소하는 예비부모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이모(32)씨는 “말이 태교여행이지 아이를 낳으면 돌아다니지 못하니 미리 다녀온다는 것 아니겠냐”며 “‘태교’라는,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용어를 동원한 여행업계 상술에 놀아나는 세태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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