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뮤지컬 ‘위키드’를 봤다.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극장은 만원이었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이 제법 많았다. ‘위키드’가 ‘오즈의 마법사’와 연관된 이야기 란 점 때문이다. 오리지널 공연이었지만(영어 대사는 자막처리됨)어린 학생들도 관람하는 데 별 지장이 없어 보였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화려한 무대가 한몫을 한 듯했다. 하지만 내용은 동화‘오즈의 마법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동화처럼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지도 않았고,다분히 철학적이며 인종차별등 정치적 은유도 상당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별개의 작품이란 표현이 더 적합해 보였다. 작가의 관점에 따라 작품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원전을 두고 있는 작품은 결코 그 오리지널 텍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춘향전을 아무리 관점을 달리해 각색, 개작해도 춘향전이다.영화 ‘방자전’이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도 핵심인 춘향과 이몽룡간의 러브라인엔 별로 변함이 없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어른 버전이다. 이야기는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어떤 일이 있어났을까” 에 모아진다.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 라이즈’처럼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프리퀄(prequel)인 셈이다. 하지만 시간상 앞선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혀 다른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보여준다.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인 도로시는 실루엣으로 잠깐 등장할 뿐이다. 전복의 미학이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었다. 초록 마녀와 금발마녀의 우정, 초록마녀와 왕자의 순수한 사랑 그리고 반전은 이 작품을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손색이 없는 듯하다. 극장문을 나선 대부분의 관객들도 이같은 이야기의 힘에 감동한 듯했다. 10여년전에 세운 ‘오페라의 유령’의 기록을 깨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제작자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