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 필사적으로 말린 주민...30초 뒤 다리가 끊어졌다

  • 등록 2020-09-04 오전 7:49:46

    수정 2020-09-04 오전 9:35:14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어제(3일) 태풍 ‘마이삭’이 강타한 강원도 평창에서 다리가 힘없이 무너졌다. 다리가 끊어지기 불과 30초 전, 한 주민이 나서서 극적으로 인명피해를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YTN 뉴스화면
평창군에서 하진부리 시가지와 송정리를 연결하는 송정교(길이 150m·폭 8m)는 이날 오전 7시 28분께 급격히 불어난 강물을 이기지 못하고 유실됐다.

이 순간 주변 폐쇄회로(CC)TV에는 출근시간을 맞아 오가던 차량을 한 주민이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이 담겼다.

평창군이 제공한 CCTV를 보면 무섭게 물이 불어난 다리 끝에서 이 마을 주민인 박광진씨가 서 있다. 건너편에서 다리에 진입하는 차량을 보고 박씨는 다급하게 손짓한다.

박씨는 “다리 건너면 안 돼요. 오지 마세요. 피하세요”라고 소리치며 손을 내저었다. 이를 보고 다리 중앙으로 오던 차량은 천천히 후진한다.

이후 불과 30여 초 뒤, 차량이 지나가려던 다리 중간이 굉음과 함께 뚝 끊기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차량이 다리를 건넜다면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다.

박씨는 불어난 하천물로 다리에 균열이 가고 평소와 다르게 휜 것을 보고 위험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후 박씨와 배우자는 마을이장과 군청, 119 등에 전화했다. 그러다 직접 뛰어가 차량 통제까지 나서 인명피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날 YTN 인터뷰에서 “그곳으로 아침에 출퇴근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내려가 보니 (다리가) 많이 내려앉았더라. 그래서 차를 못 가게 막았다”고 밝혔다.

무너진 다리는 응급 복구를 앞두고 출입이 전면 통제된 상태다.

이번 태풍으로 225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진부면에서는 1989년에 만들어진 송정교뿐 아니라 81년에 놓인 동산교가 내려앉았다. 국도와 지방도 등 20여 개 도로에서 차량이 통제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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