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2000)재계이슈..삼성,"암중모색의 한해"

  • 등록 2000-12-29 오후 1:49:44

    수정 2000-12-29 오후 1:49:44

삼성그룹의 2000년은 IMF관리체제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구조조정 성과의 가시화"로 요약된다.최대 경쟁그룹인 현대가 형제간 경영권다툼과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로 스스로 주저앉아 있는 동안 삼성은 명실상부한 재계 1위로 부상했다. 자산규모면에서도 삼성은 67조4000억원으로 사실상 계열분리된 현대를 제치고 1위로 떠올랐으며 상장계열사의 시가총액 면에서도 37조2000억원(12월 22일 기준)으로 2위인 SK를 멀찌감치 따돌렸다.계열사별 경영실적 면에서도 삼성전자의 올해 세전순익이 8조원으로 예상되는 등 사상 최대 순익이 확실시된다. 각 사업부문의 점유율에서도 1위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굴지의 1위였던 반도체 가전 전자부품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등은 물론 종전 삼성이 1위를 하지 못했던 주택건설부문,증권부문 등에서 삼성은 차근차근 1위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삼성은 5대 재벌중의 하나(one of them)에 불과했지만 이젠 상대적으로 차별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독보적인 존재"가 된 셈이다.이는 현대경제연구소의 지적처럼 한국경제의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재무부문 강화=삼성이 이같은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역시 재무팀 강화로 요약되는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지휘능력을 꼽을 수 있다. 삼성은 IMF관리체제에 들어섰을 때부터 각 계열사별 사업부문별로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정리했다."풍랑만난 배가 싣고 있던 짐을 버려 배를 구하는" 이른바 "선상투하(船上投荷)전략"이었다. 삼성전자의 소형 가전,삼성전기의 자동차부품,삼성항공의 항공기및 공작기계사업,삼성중공업의 건설중장비 등 수익성 없는 사업부문을 정리했다."선택과 집중"을 통해 계열내 비수익성 부문을 정리하는 기민함을 발휘했다.발전설비부문을 한국중공업으로 일원화했으며, 삼성자동차는 르노에 매각하고, 삼성상용차는 파산을 통해 정리했다.구조조정의 이같은 스피드와 단호함은 삼성이 올해 명실상부 재계 1위로 도약한 원동력이다. 삼성그룹은 인력부문에 대해서도 추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IMF사태를 전후로 30%안팎의 인력감축을 단행한 삼성은 "이익을 못내는 회사는 정리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인력감축 등 추가 구조조정을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구조로 이행했다. 구조조정본부내 김인주 재무팀장(전무)을 축으로 한 재무팀의 막강 파워는 삼성의 구조조정이 여전히 진행중임을 시사한다.재무팀의 독주체제에 대해 "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팀외엔 보이지 않는다"는 일부 계열사들의 불만도 있지만 재무팀이 그간의 군살을 빼서 경영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져왔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특히 암 완치판정을 받은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의 "추진력"은 사령탑이 바뀐 다른 그룹과는 달리 구조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재무팀의 이같은 비대화현상은 상대적으로 전략기획의 역할과 기능을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룹을 총괄하는 그랜드 디자인이나 10년 이후 삼성의 핵심사업은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삼성차 손실 보전문제=타그룹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삼성이 그나마 골치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삼성자동차 손실보전문제다.특히 올해안에 확정키로 했던 삼성생명 상장 문제가 다시 연기되면서 삼성차 부채 문제 해결은 꼬이고 있다. 삼성차의 부채는 서울보증보험 등 총 16개 금융기관에 모두 2조4500억원 규모다.삼성자동차는 지난해 6월 이같은 부채를 올해말까지 모두 갚기로 채권단과 약속했고 그 담보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맡겨놓았다.당시 삼성은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70만원씩 쳐 삼성차의 부채를 해결하기로 했으며 이것이 못미칠 경우 이건희회장이 50만주를 추가출연하기로 했다.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연대보증을 선 삼성계열사들이 공동책임을 지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을 통한 삼성차 부채해결은 상장이 연기됐기 때문에 이미 물건너 갔고 삼성과 채권단은 이제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이와관련 삼성차 채권단은 최근 회의를 열어 내년초 채권단으로 넘어오는 삼성생명주식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임의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이 내년부터 부채에 대한 연체이자(19%)를 지급해야 할 경우 연대보증을 선 31개 계열사들은 부채와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는 데 이 역시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참여연대는 이미 삼성전자를 상대로 삼성차 부채분담을 못하도록 서울지법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는 상태다. 삼성이 명실상부한 재계 1위로 부상하면서 삼성이 느끼는 부담감은 자못 크다.삼성그룹은 올해 연말 사장단 인사를 내년초로 연기했다.이사회와 주총이라는 정식 절차를 거쳐 사장단을 뽑겠다는 의미인데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실 삼성의 경영행태는 국내 재벌그룹중에서 상당히 선진적인 편에 속한다.각 계열사 CEO자율성이 보장되는 체제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시스템이 비교적 정착돼 있다.그런 삼성이지만 오너 일가와 관련된 문제에선 여전히 전근대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의 편법상속에 대한 참여연대의 문제제기에 삼성은 2년 넘게 "묵묵부답"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조차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비극"이다.삼성이 진정 재계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선 삼성 스스로의 표현대로 "量보다 質"로 승부해야 한다.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오너일가가 아닌 주주들의 이해에 충실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바로 삼성이 강조하는 "質"의 핵심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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