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사업장에서 노조 업무만 담당하는 전임자에게 사업주가 임금을 주도록 한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현장에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에서 허용하는 전임자 임금과 근로시간을 넘어서는 사례가 비일비재해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 사직로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8.15 전국 노동자 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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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1000인 이상 유노조 사업장 중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480개소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타임오프제도라 불리는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한 사업장의 노조 전임자가 노조 활동을 위한 시간을 임금손실 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사업주가 그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조사 결과,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근로시간 면제자는 총 3834명으로 사업장 평균 8.0명의 면제자가 있었다. 연간 면제 시간은 총 450여만 시간으로 사업장 평균 9287시간이었다. 현행 법상 한 사업장의 최대한도는 면제 인원 48명, 시간 4만6800시간이었다.
그러나 조사에서 나타난 한 사업장 최고 인원은 315명, 최고 시간은 6만3948시간에 달했다. 법에서 허용하는 인원과 시간보다 훨씬 많은 노조 전임자가 일을 하지 않고,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풀타임 면제자의 월평균 급여 총액은 112여억원으로 1인당 평균 637만6000원을 받고 있었는데, 최고 급여액이 1400만원에 달하는 노조 전임자도 있었다.
근로시간면제 제도가 법령에 위반된 채로 운영하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법상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된 사업장이 63개소(13.1%)에 달했다. 이 중 법상 허용되는 면제 시간을 약 2.9배 초과해 6만3948시간을 운영하는 사업장도 확인됐다. 무급 노조 전임자임에도 사측이 일부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조 사무실 직원의 급여를 지원한 사업장도 9개소로 나타났다.
위법 소지가 있어 세부 점검이 필요한 사례로는 △면제자에게만 전임자수당, 업무수행수당 등 명목으로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업장 37개소(7.7%), △면제자에게 면제 시간 차감 없이 별도의 유급조합 활동을 인정한 사업장이 80개소(16.7%)로 나타났다.
| (그래픽=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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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용부는 실태조사에서 위법한 것으로 나타난 사례가 다수 확인됨에 따라 이번 달부터 공공부문을 포함해 법 위반 의심 사업장 등 약 200개소를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근로감독은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근로감독을 확대하는 상시 감독 체계를 구축해 산업현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하여 근면제도를 인정하거나 노동조합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 미조직 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근로감독 등을 통해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노사법치를 확립하고,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