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징계시효 지나자 다른 징계 6배 가중…法 "재량권 남용"

법무부·변협, 명의대여 변호사에 정직 1월→6월
'정직 1년·6월 비위' 소멸시효 지나자 징계 가중
法 "기존비위 참고 가능하지만 주된 사유는 안돼"
  • 등록 2022-01-30 오후 12:30:00

    수정 2022-01-30 오후 12:30:00

(그래픽=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징계시효가 소멸된 비위를 이유로 별도 비위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높은 징계를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12월 의뢰인에게 수임료 1800만원을 반납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변호사 A씨에 대해 정직 6월 징계 결정을 했다. 또 2016년 8월엔 의뢰인 비밀 노출과 수임료 미반환 등의 이유로 정직 1년, 2017년 3월엔 타인에게 변호사 명의를 불법으로 대여했다 정직 1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 같은 징계 결정이 내려지던 와중이던 2016년 8월 A씨는 채권자의 파산신청으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경우를 변호사 결격 사유로 규정한 변호사법 조항에 따라 변호사 자격을 상실했다. 또 변호사 명의 불법대여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2000만원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7년 4월 변협 징계위 결정에 불복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는 2017년 11월 A씨의 변호사 자격 상실을 이유로 변협 징계위의 모드 징계 결정을 취소하고 징계개시 청구도 각하했다.

A씨는 2018년 5월, 파산 선고 이후 1년 8개월 만에 법원에서 복권 허가 결정을 받고 같은 해 8월 변호사 등록을 했다. 변협은 이에 A씨에 대해 과거 징계 결정 사유 중 하나인 ‘변호사 명의 불법대여’에 대해서만 다시 징계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2건의 징계는 변호사법상 징계시효기간인 3년이 지나 다시 징계 결정을 하지 못했다.

변호사 명의 불법대여에 대해서만 징계 결정을 내렸지만 양정은 이전의 정직 1월에 비해 훨씬 가중된 정직 6월로 정해졌다. A씨는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무부 변호사징계위는 이를 기각했다. 징계 소멸시효가 지난 두 건의 비위 전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이전 징계 결정에 비해 훨씬 무거운 징계를 의결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이미 징계시효가 완성된 비위행위도 새로운 징계사건의 징계양정에 있어 참작자료로 할 수 있다”면서도 “이때도 지나치게 균형을 잃을 정도로 과중한 징계처분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시효가 완성된 비위행위를 주된 징계양정 요소로 삼아 징계 수위를 정하는 건 징계시효제도를 사실상 형해화시키는 것이어서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며 “이전 징계양정보다 여섯 배 가중한 A씨에 대한 징계 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결론 냈다.

법원은 아울러 “변협은 명의대여 비위 변호사에 대한 징계 시 형사 판결 벌금액을 주요한 양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A씨 벌금액은 정직 6개월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7부(서태환 진상훈 이병희 부장판사)는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법무부 측의 상고 포기로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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