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의 시총 비중은 18%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대형주들은 올 들어 벤치마크 대비 크게 아웃퍼폼했는데요, 소형주 대비 대형주의 아웃퍼폼정도는 최근 10년 내 가장 돋보이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4차산업 혁명에 대한 기대감, 5G 기술에 대한 잠재력에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는 셈이죠. 글로벌 경기 반등에 따라 경기순환 업종인 IT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기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쏠림 현상이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블룸버그는 상위 1%의 몸집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되는 시그널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생각되는 큰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겁니다. 정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시장 전반적으로 강했다면 몇몇 대형주 뿐만 아니라 덩치가 작은 종목들까지 모두 올랐을 테니까요.
실제 코스피 지수가 연초 이후 6.85% 오를 동안 삼성전자는 17.3%, SK하이닉스는 21.38%나 올랐습니다.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이 드디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몰린 덕입니다. 이러한 기대감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8일엔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로 코스피 지수가 1%대나 내리며 846개 종목이 하락하고 단 47개종목만 올랐는데, 이 와중에도 반도체 투톱은 꼿꼿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죠.
다만 아직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S&P500이 아직 과열에 접어들지 않았으며 3700선까지 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죠.
몇몇 종목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알파(초과수익)를 내기 어려운 시장상황. 지수는 오르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지수 상승폭만큼은 행복해지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증권가에선 어쨌든 한 번 단기조정은 올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시장 판단이 중요해지는 시기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