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28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SVB가 예상보다 빠르게 파산한 이유에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SVB를 둘러싼 감독·규제 문제에 대한 연준의 내부 평가(internal review)를 총괄하고 있는 인사다. 의회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붕괴 이후 청문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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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고객들, 거의 모든 예금 요청”
바 부의장은 지난 8일 처음 SVB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직후 숨 가빴던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바 부의장은 “연준 직원들은 9일까지만 해도 SVB를 구제하기 위해 24시간 근무하며 연준 할인창구(discount window)에서 수십억달러를 추가로 빌려 갈 수 있는 충분한 담보를 찾고 있었다”면서도 “1000억달러 인출의 벽에 부딪혔다”고 돌아봤다. 이어 “SVB는 이를 예금을 지불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고 결국 문을 닫았다”고 했다. 당국이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자마자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폐쇄를 결정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소셜미디어가 패닉을 고조시키고 온라인 뱅킹이 빠른 거래를 가능하게 하면서 현기증 날 정도로 아찔한 속도의 예금 인출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현재 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SNS 시대 들어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에 동조한 것이다.
바 부의장은 그러면서 은행 규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 이상인 은행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바 부의장은 “연준은 규정을 바꿀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이 있다”며 “더 엄격한 자본·유동성 규정에 대한 부분 역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 부의장은 전날 미리 공개한 발언문처럼 SVB의 붕괴 원인을 두고서는 부실 경영을 꼽았다. 그는 “2011년 11월 당시 높은 금리가 SVB 대차대조표에 미칠 위험을 경고했지만, SVB는 그 우려를 적시에 해결하지 못했다”며 “금리와 유동성 위기에 있어 투명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들 은행은 (금리가 급등하는) 현실과 전혀 조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무보험 예금 보장, 불가피한 조치”
함께 출석한 마틴 그루언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IDC) 회장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무보험 예금까지 모두 보장하기로 한데 대해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FDIC의 예금 보호 한도는 25만달러인데, 당국은 이번 위기 이후 모든 예금을 보장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루언버그 회장에 따르면 이에 따른 보험 비용이 모두 225억달러로 추정된다.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당국 책임론을 지적했다. 존 테스터 민주당 의원은 “당국이 문제를 알았음에도 아무도 망치를 휘두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팀 스콧 공화당 의원은 “당국이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의회가 현재 25만달러인 FIDC 예금 보호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구적으로 예금 보호 한도를 높이려면 의회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