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망가뜨리기 경쟁을 하고 있다.” 도시 전문가 정석 교수(서울시립대학교)는 이렇게 진단했다. 공약대로라면 한바탕 토건사업이 예상된다. 정 교수는 유튜브 ‘시장의 자격’에서 사람 중심 도시로 거듭난 해외 사례를 소개한다. 브라질 꾸리찌바, 스페인 폰테베드라, 콜롬비아 보고타, 프랑스 파리까지 생생하다. 이들 도시는 시장 한 사람에 힘입어 품격 있는 도시로 진화했다.
그러자 교통량 90%, 대기 오염은 60% 줄었다. 교통사고 사망률도 2019년 이후 0명이다. 시민들 얼굴에는 여유가 깃들었다. 골목상권과 지역공동체도 살아났다. 미구엘 시장은 취임 초기 반발하는 시민과 상인들을 설득했다. 지금은 모두 만족 해 한다. “도시를 바꾸려면 무엇보다 지도자에게 용기가 필요합니다. 반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미구엘 시장은 최근까지 6선 시장을 지냈다.
2014년 프랑스 파리 첫 여성시장으로 당선된 안 이달고 시장. 그는 당선 이후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파리 플라쥬(파리 해수욕장)’ 정책은 대표적이다. 센 강변 자동차 고속도로를 해변으로 조성했다. 모래를 깔고 파라솔과 야자수를 설치해 해변처럼 만들었다. 시민들이 호응하자 자동차 도로를 영구 폐쇄했다. 또 관광객들이 찾는 샹젤리제 거리에서도 매월 1회 차 없는 거리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재선 출마 당시 내놓은 ‘파리선언’ 공약은 보다 혁명적이었다. 시내 전역에서 시속 30km 제한, 노상 주차장 4분의 3을 없애 녹지, 보행자 및 자전거 도로로 전환. 파리 제3 도시 숲 조성, 공공기관 시설물 주말과 야간 개방, 26조 원을 들여 에어앤비를 매입한 공공임대 전환 등이다. 당선된 뒤에는 ‘베르시 샤랑통’ 개발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2기 시정 키워드는 ‘생태’ ‘연대’ ‘건강’이다. 정석 교수는 “이런 공약을 내건 후보도 대단하지만, 그런 시장을 다시 뽑은 파리 시민도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당선되면 첫 여성 광역단체장으로 기록될 박영선 후보. 그마저 남성 중심 토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상력의 한계가 안타깝다. 적어도 민주당 후보라면 아파트 공급보다는 ‘자전거 하이웨이’ 같은 친환경 공약을 이어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강자와 기득권 중심에서 벗어나 약자를 보듬고 기후위기를 대비하는 공약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엔리케 페날로사 시장의 다음 말은 의미심장하다. “진보적 도시란 가난한 사람들까지 자가용을 타는 곳이 아니라, 부유한 사람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곳입니다.” 이런 상상력을 지닐 때 시장 자격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시장을 갖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