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채 뒷전]②빚 없이 끌어쓰는 재난관리기금, 벌써 77% 탕진

재난관리기금 지난달 말 기준 23% 잔액만 남아 있는 상황
코로나19 사용할 수 있게 해 재난지원금 등에 활용하며 고갈 ‘위기’
가을 태풍 등 재난 필요성 여전…“의무예치금까지 사용해 관리할 것”
  • 등록 2020-09-09 오전 6:19:00

    수정 2020-09-09 오전 7:06:56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재원은 바로 재난 관련 기금이다. 태풍이나 지진, 장마 등 재난의 응급복구에 사용할 수 있던 기금이 올해 코로나19 지원에도 쓸 수 있게 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빚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열리자 아직 태풍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벌써 77%가 사용됐다.

자료=박수영 의원실 제공


30일 행정안전부가 박수영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유하고 있던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 보유액 6조 6104억 3000만원 중 지난달 말까지 5조 1078억 8000만원을 사용해 23%가량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기금은 각종 재난의 예방·대응·복구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매년 보통세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 조성한다. 기금은 재난 예방을 위한 시설 보강이나 재난 발생 시 응급복구,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제공 등 법령상 정해진 용도에만 쓸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관련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에도 쓸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에 특례조항을 넣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코로나19 대응에도 재난기금을 사용했다.

이에 17개 광역 지자체 중 재난기금 집행률이 70% 이상인 시도는 10곳에 달한다. 이 중 90% 이상 재해구호기금을 소진한 지자체도 2곳이나 된다. 인천광역시가 93.1%로 가장 높았고 △대전광역시 90.8% △전라남도 83.8% △경상북도 79.9% △경상남도 79.7%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최장 기간 장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데다 태풍도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등 다가올 재난에 대비할 기금이 고갈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코로나19로 재난기금 상당 부분을 소진한 지자체에서는 수해에 대비할 예산뿐 아니라 기금을 활용해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지원 등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집중호우로 구례·곡성 등에 대규모 피해를 입었던 전남도는 현재 재난 관련 기금의 잔액이 예산액의 17%가량인 약 108억원으로 가장 적게 남았고 △강원 118억원 △세종 132억원 △전북 159억원 등 남은 상황이다. 특히 재난관리기금 잔액을 모두 응급복구에 사용할 수도 없다. 매년 적립하는 재난관리기금의 15%는 의무예치금으로 분류해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해 따로 관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국고 지원 대상 피해기준금액의 5배를 초과하는 피해에만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행안부는 의무예치금 사용 기준에 미치치 못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현재 전체 지자체의 의무예치금액은 약 1조 1000억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자체 재정상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례 없는 기록적인 호우로 전국 단위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 지자체의 수해복구를 위한 재정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며 “수해복구를 위해 의무예치금을 가용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요청한 지자체의 건의사항을 수용해 지난달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결정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가 코로나19 지원책으로 인해 재난관리기금을 고갈하지 않도록 권고도 나설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기금은 지자체장이 판단할 사항이긴 하지만 고갈하지 않도록 각 지자체에 권고할 방침”이라며 “예비비나 특별회계 등 코로나19 지원책에도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는 만큼 지자체와 소통해 문제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료=박수영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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