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MBC, 한때 하나로통신 인수 검토..미디어 합종연횡 서막

  • 등록 2015-11-14 오전 8:01:35

    수정 2015-11-14 오전 8:01:3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통신 대기업(SK텔레콤)이 1조 원을 들여 종합유선방송(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KT는 공식 의견으로 인수합병을 승인하면 특혜이니 정부는 승인하지 말라고 합니다. KT 일각에선 승인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면 ▲세계 최초로 이뤄진 통신 대기업의 방송 인수이니 시장 획정 문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고 ▲유료방송에 통신상품(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을 묶어 파는 결합판매가 더 가속화될 테니 통신시장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들어오는 문제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과 통신, 방송 중에서도 지상파와 종편, 종합유선방송으로 나눠져 있는 현재 질서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하는 것입니다.

2008년 12월, 통신 대기업들이 제공하는 IPTV가 우리나라에서 상용화 될 때 치열했던 논쟁이 떠오릅니다.

IPTV는 ‘통신(당시 정보통신부 주장,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아이코드’라 부름)이다‘라는 주장과 ’종합유선방송과 같으니 방송이다(당시 방송위원회 주장)‘라는 주장이 부딛히면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고 , 2년 가까이 논의한 끝에 방송도 통신도 아닌 중간 지대(IPTV특별법)로 자리잡았습니다. 올해 들어서야 유료방송합산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해 통신 대기업이 하는 IPTV와 방송기업들이 하는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는 규제 형평성을 맞췄습니다.

서비스가 아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통신과 방송간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지상파와 통신간 몸을 섞으려는 시도가 없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빅딜이 성사돼 산업 지형이 크게 바뀐 사례는 없지만, 끊임없는 시도가 있었고 앞으로 더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하나로통신)을 2007년 말 1조 877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 지분을 합치면 전체 지분의 43.59%를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것이죠.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때 MBC는 매물로 나온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었고, iTV(경인방송, OBS) 인수도 검토했다고 합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MBC 사장에 재직할 때인데, 방송위원회의 반대와 언론노조의 우려때문에 추진TF를 만들었다 해체했다고 합니다. 당시 최 사장이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가 되는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검토된 일이라고 합니다. 정부 눈치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만약 MBC가 하나로통신을 가져갔다면 지상파 방송사가 통신기업의 주인이 되는 재밌는 사건이 생길 뻔 했습니다.

최근 사례도 있습니다. 차이나모바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려던 제4이동통신 준비 컨소시엄 중 하나는 SBS와 투자 협의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국 최대 통신기업인 차이나모바일이 해당 업체(코리아텔넷)에 1대주주로 들어오기로 확약서를 쓴다면 SBS도 일부 투자할 수 있다는 선에서 이야기됐는데, 차이나모바일 유치에 실패하면서 없었던 일이 된 겁니다.

수년간 유료방송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씨앤앰의 지분 인수를 SBS가 일부 종편과 함께 검토, 추진한 것은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통신과 방송,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혈맹 시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승인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텔레콤은 헬로비전 가입자 1인당 45만 원을 주고 샀는데 이것이 시장가격이 돼 씨앤앰의 몸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때 100만 원을 호가했다가 70~80만 원으로 하락했는데, 그 이하로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IPTV와 위성방송을 보유한 KT나 헬로비전 인수로 몸집을 불린 SK외에 LG유플러스(032640), 티브로드, SBS(034120), 일부 종편 등이 방송통신 플랫폼 융합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집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몸집이 커졌다고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성기현 한국케이블텔레콤 대표
성기현 한국케이블텔레콤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데일리 주최 IT컨버전스포럼에서 “OTT, 메가 딜, 브로드캐스팅이 아닌 브로드밴드화 등 외국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어떻게 살아남을 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의미하는 OTT(Over The Top)는 65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내년 한국에 들어오고, 아마존, HBO 나우, CBS, 디시, 버라이즌 등이 뛰어드는 형국입니다.

그는 “보수적인 특징을 갖는 미디어는 변하지 않으려 하는데 지금처럼 콘텐츠만 전달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며, “유연성(flexibility)과 확장성(expandability)을 가져야 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게 클라우드”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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