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IoT로 관측하고 AI가 예보…4차 산업혁명 봄바람"

기부변화로 예측 더 어려워진 날씨
인공지능 발달은 기상예보에 희소식
인간과 상호보완, 정확도 높여줄 것
기성청도 1~2년 내 활용 기술 개발
  • 등록 2017-01-18 오전 6:20:00

    수정 2017-01-18 오전 6:20:00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고윤화 기상청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서적들을 섭렵하고 있다.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모든 사물에 인터넷을 연결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기계와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고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컴퓨터가 인간이 할 수 없는 빅데이터 분석을 단 몇분만에 끝내기도 한다. 이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산물로 대두되는 사물인터넷과 AI는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서울 동작구 기상청장실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명사의 서가’ 인터뷰에서 머지않이 이 같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청장은 미래 날씨 예보의 성패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을 읽고 직원들에게도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4차 혁명이 우리 사회·경제 시스템을 상당 부분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에 비지니스뿐 아니라 정부 업무 영역도 4차 혁명 대비를 해야 한다”며 “AI가 어떤 부분을 어떻게 바꿔놓겠다는 것인지 알아야 대응을 하고 활용을 할 수 있으니 직원들에게도 이 책을 읽으라고 권고했다”고 털어놨다.

이 책은 지난해 초 다포스포럼이 열리기 전까지 클라우스 슈밥 등 세계 최고 전문가 27명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언론에 기고한 기사를 엮은 것이다. 고 청장은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에서는 AI, 사물인터넷의 도입 등의 기술 발전으로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사람이 AI에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고 청장은 날씨분야는 AI가 절대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바둑은 AI가 사람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날씨는 불확실성이 높아 AI가 분석하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날씨 예보에 AI를 도입하면 보조역할을 하거나 AI와 사람이 상호보완을 통해 예보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AI 활용하면 날씨 예보 시도”

“두 달 전부터 AI를 활용한 날씨 예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주 초보적인 단계지만 1~2년 내로 날씨 예보에 활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고 청장은 AI와 인간 예보관이 서로 상호보완한다면 날씨 예보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최근 지구 온난화 등 기상 이변현상으로 인해 날씨는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고 청장은 “현재와 유사한 기압분포를 보였던 과거의 기온과 날씨 등을 찾아 분석하면 기온뿐 아니라 강수 예보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매일 축적된 기압배치도라는 빅데이터 속에서 오늘과 유사한 기압계를 찾아내는 몫은 AI가 맡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AI가 날씨를 정확하게 예보하면 인간 예보관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고 청장은 “기상 분야는 불확실성이 높아 사람과 AI가 상호보완을 이루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AI 예보관과 인간 예보관이 경쟁하면서 예보 정확도를 높여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예컨대 비가 5㎜ 미만으로 올 때는 AI 예보 정확도가 높고 폭우가 내릴 때는 인간 예보관의 예보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난다면 폭우가 내릴 때는 인간 예보관의 기상 예측을 토대로 예보를 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고윤화 기상청장은 기상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정부 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활용하면 비용 절감

이 책에서도 강조했듯이 고 청장은 사물인터넷을 사용하면 기존의 시설들을 활용해 더 많은 기상정보를 모을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서 기온, 강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상관측소는 30개소 뿐”이라며 “기상관측소를 촘촘히 설치해야 기상 정보의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기상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하려면 장소와 비용이 필요하지만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면 비용은 물론 장소도 필요없다는 게 고 청장의 설명이다. 예컨대 서울 도봉구와 종로구, 동작구 등 25개 자치구에서 운행 중인 택시들이 저마다 탑재한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의 센서를 통해 기온과 기압 등 외부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기상청에 전달하게 하면 움직이는 기상관측소가 생기는 셈이라는 얘기다.

OBD는 자동차 주행 중 자동으로 운행 기록이 저장되는 장치다.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는 7만여 대(2014년 면허등록 기준) 택시에 기상청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OBD를 설치하면 각 자치구에서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와이퍼 움직임을 통해 강수량은 얼마인지, 타이어 압력을 통해 기압은 물론 노면 상태가 어떤지 등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세세한 데이터를 확보한 기상청은 실시간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택시 운전기사에게 다시 정확한 날씨 및 도로 정보를 제공해 안전 운전을 돕는다. 고윤화 기상청장이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꿈꾸는 예보 기술의 한 모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을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 청장은 전국의 폐쇄회로(CC)TV을 통해서도 기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기상청이 비가 온다고 예보해도 산간 지역이나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비로 내리기도 하고 눈으로 떨어지기도 한다”며 “도로 위의 수많은 CCTV를 활용하면 현재 비가 내리는지 또는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었는지 영하의 기온으로 비가 내린 도로 표면이 얼었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청장은 기상청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된 2006년 2월 이래 최장수 기상청장이다. 2013년 9월 기상청장에 취임해 3년 4개월째 기상청의 수장자리를 맡고 있는 그는 “기상청은 이제 날씨정보만 제공해주는 공급자의 역할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사회 전반에 걸친 정보를 전달해주고 국민과 소통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을 통해 기상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지를 깨달았다는 말이다.

고 청장은 지난 가을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북상했을 당시를 예로 들었다. 차바가 한반도를 덮쳤을 당시 태풍의 진로와 강도에 대한 기상청의 예보는 정확했지만 이전에 내렸던 비로 울산 태화강의 강물 수위가 이미 높아진 상태였고 하천 유속 감속으로 강물이 빠르게 빠져나가지 못해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고 청장은 추천 도서를 어루만지며 “단순 기상정보로는 기상재해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도래했다”면서 “사회·경제적인 정보를 결합해 날씨가 실제생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전달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 예보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는 그의 간절함이 담긴 말이다.

◆고윤화 청장은…

1954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1975년 2월 경기공업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2월 한양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4년 8월 영국 리즈대에서 환경공학으로 석사학위를, 1995년 12월 같은 대학에서 대기오염 전공으로 환경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 청장은 1979년 12월 제15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다음 해 지금의 환경부인 환경청 대기보전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환경부에서 1997년 환경부 대기정책과장, 2007년 환경부 대기보전국장 등을 지냈다. 2008년 3월부터 국립환경과학원장, 2011년에는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을 거쳐 2013년 3월 한림대 초빙교수로 있다가 같은 해 9월 26일 기상청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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