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전 교육부 차관)는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교육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사람에 관한 문제인 만큼 시급성이 더 크다”며 교육 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교육 개혁 ‘최우선’…가치 회복 목표로 삼아야
나 교수는 “교육은 개인, 국가가 미래를 주도할 힘을 기르는 것”이라며 “인구 관점에서도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때이므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힘을 줘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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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개혁은 노동·연금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미래세대를 위한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나 교수 역시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개혁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이 본질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지식뿐만 아니라 자율과 규범을 학교에서 배우고, 학생 각각의 잠재력을 개발해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식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지내며 체득한 가치가 중요하다”며 “이런 가치들이 정책이나 교육 현장에서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야 현 교육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교육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인 경직성, 획일성은 더욱 공고해졌다. 나 교수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출세하라는 이야기를 스스로도 들었고 부모가 된 이후에도 하지 않나”고 했다. 사회 자체가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잊어버렸다는 반성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역대 정부도 일제히 교육 개혁을 외쳤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나 교수는 이를 “교육 문제를 교육적 논리가 아닌 정치·경제적 논리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더딘 것 같아도 교육적 논리로 문제를 해결해야 가치를 반영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사회문제로 대두한 ‘교권 추락’ 역시 소통 문제에서 발생했다. 교권을 유지하면서도 학생 인권을 보호할 수 있었을 테지만 현장과 정책 간의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해 불균형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위에서는 중요하니까 (정책을) 하라고 하고, 아래에서는 이유를 모른 채 일단 도입만 하니 갈등 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교육 현장이 (개혁의) 목적이나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개혁을 앞둔 현 시점에서 나 교수는 교권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는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지극히 중요하지만 이를 교권을 흔드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교권 회복이 학교의 기능과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現정부 교육 개혁 방향성 옳다…대전환 기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 개혁의 핵심은 △대학 개혁 △디지털 교육혁신 △국가책임 교육·돌봄 등 크게 세 가지다. 정부는 최근 고등교육(대학 교육)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 규제를 풀고 지방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분권형 대학 지원 체계 마련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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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장에서는 이에 관한 다양한 우려가 제시됐다. 지원을 받지 못한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하거나, 지자체가 대학에 새로운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 교수는 “사업 간 혼돈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중앙 정부가 관리하던 대학 관리·지원 사업을 일부 지자체로 넘겨 중앙과 지방이 함께 지역 생태계를 살리는 이원화 체계인 점을 놓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나서 대학 교육 현장에 개혁의 의미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대학이 지자체와 면밀히 소통하고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는 학생 미충원 사태를 겪고 있다. 그는 “지자체가 대학과 밀접하게 지역 현안을 풀고 나아가 생태계를 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학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와 지역 특화 산업의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교육부는 우선 2025년까지 학생 각각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키로 했다. 나 교수는 이를 “변화에는 목적, 방향, 수단이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크게 보면 (혁신을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AI 교과서를 활용하면 초·중등 학력 격차를 줄이고 나아가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는 “아이들은 그 숫자만큼 다양하다. 다양성은 중요한 교육적 가치이고 그 전제는 개인차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학력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미 실질적 기초학력 기준이 낮아진 상태인 만큼 각각의 속도에 맞게 기초학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기회다.
나 교수는 “교육부의 수장이 다소 늦게 취임했고 지난 4월 큰 골자를 잡은 것을 고려하면 아직 정책 자체를 평가하기엔 이른 듯 하다”며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과감한 제도 손질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 있다. 대학 규제 손질, 지역 주도 대학 양성 등이 대표적이다.
나 교수는 “지금은 교육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중요한 타이밍”이라며 “개혁을 통해 학교를 왜 다니는지,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강조하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했다.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 교육이 개혁해야 할 때다. 나 교수는 오는 21~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에서 교육 세션 좌장을 맡아 미래의 교육에 대한 논의를 이끈다. 그는 “학생들이 지금 학교에 다닐 때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고 미래도 행복해진다”며 “지금은 교육 개혁을 통해 가치 회복에 나서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나승일 서울대 교수는
△1962년 충청남도 부여 출생 △서울대 농산업교육 학사 △서울대 교육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 산업교육학 박사 △前 교육부 차관 △前 국민의힘 20대 대통령선거 정책본부 교육정책분과장 △現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