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을 축하하는 잔칫상에 올려진 성적표는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출범 1년의 국정 지지율이 80%를 오르내리기론 역대 정부에서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취임 초기의 밀월 기간을 지나면서 몇 차례나 기울어질 듯하다가도 다시 실마리를 잡아 지금에 이른 것이다. 보수·진보 진영 사이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주목되는 현상이다.
그중에서도 북한을 비핵화의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역시 첫 손가락에 꼽힌다. 특사 교환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전격 도출해낸 것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까지 눈앞에 두게 됐다. 이른바 ‘선제 타격론’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던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조정자 역할이 빛을 발한 결과임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의 정책 추진 결과에서도 확인되는 일이다. 일자리 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건만 취업난은 더 악화됐으며, 최저임금제나 중소기업 취업지원 정책은 오히려 역기능을 드러내고 있다. 조만간 시행을 앞둔 단축근로제도 비슷하다. 기업들의 입장만 애매해진 가운데 설상가상 경제 환경도 악화되는 양상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제 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포퓰리즘 위주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 그래서일 게다. 교육·의료정책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문 대통령이 누리는 인기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지난 정부의 실책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일지 모른다. 더구나 지금의 보수 야당이 지리멸렬에 빠져 제 한 몸 추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정치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야권에서 나름대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론과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비핵화라는 거대 담론에 묻혀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앞으로 남은 4년도 쉴새없이 흘러갈 것이다. 지지율로 따진다면 지금처럼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당장은 잘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시일이 흐르면서 평가가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호기롭게 발걸음을 내디뎠어도 끝내 아쉬움만 남기고 끝난 전례를 무거운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문 대통령 자신은 아쉬움이 없는지, 있다면 무엇에 대한 아쉬움인지 궁금하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