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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웅장해지는 이 계획은 내놓자 마자 비웃음을 샀습니다. 대통령선거 승리 후 자신감이 한껏 높아져 있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제주도 관광 말살을 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포-제주 노선이 인천-제조 노선으로 바뀌면서 제주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김포공항을 이용할 때보다 교통비와 이용시간이 늘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통에 대한 이해도 없고, 애초에 아무 대책 없이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땅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깎아 내렸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선거 사나흘을 앞두고 내놓은 ‘관심끌기용’ 공약이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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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재명·송영길 두 후보는 한 발 물러섭니다. “제주도민의 합의 없이 추진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장기간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프로젝트이고 여당이 아닌 야당 단독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도 컸습니다. 어떻게서든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할까요? 김포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선거용’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던 여당이 역으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표현을 빌리자면 ‘뜬금없이’ 나온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안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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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포의 서울 편입안은 논의 자체가 없었습니다. 국회 국토위나 국토교통부도 ‘몰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실과의 사전 교감도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서울 인접 도시들은 김포시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고양, 하남, 구리, 광명 등이 있죠. 광명시는 지역 전화번호마저 서울과 같은 02를 씁니다. 하나의 생활권인 셈이죠.
만약 그날 김 대표가 하남이나 구리에서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가졌다면 어땠을까요? 그때는 하남 혹은 구리가 서울시 편입 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지방선거 이후 빠르게 잊혀졌습니다. 민주당 내 어느 누구 하나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민주당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은 말만 앞세운 공약의 폐해를 잊은 듯 합니다. 과연 6개월 뒤에도 이 이슈는 살아 있을까요?
그리고 또 하나. ‘인간의 욕망에 불 지르는’ 메가톤급 이슈를 가져와 터뜨린다고 과연 선거 판세가 바뀔까요? 그랬다면 민주당은 지난번 서울시장과 인천시장 선거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년도 총선이 불안하다면, 왜 자신들이 민심으로부터 멀어졌는지, 이것부터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기사 제목 ‘선거의 중심에서 김포를 외치다’는 2001년 일본에서 발간됐고 2004년 영화로도 나왔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21세기 초반을 살았던 우리나라 청춘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