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국내판 ''6자회담'' 제안한 까닭

  • 등록 2006-11-26 오후 8:44:16

    수정 2006-11-26 오후 8:44:16

[오마이뉴스 제공]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은 전혀 새롭거나 놀라울 게 없는 제안이다.

노 대통령은 이미 임기중에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을 해 열린우리당과 지지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권력의 절반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또 최근에는 한명숙 국무총리를 통해 '거국내각' 구성 제안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졌고, 거국내각 제안 역시 '실정'의 책임을 야당과 반분하자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연정'이나 '거국내각'에 비하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는 오히려 더 '낮은 단계의 정책연합'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했다. 일단 노 대통령으로서는 '위험 부담'이 적을수록 한나라당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는 여당·야당·정부의 3자가 서로 '주고받는 거래의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위험부담'이 적은 게임이다. 그런데 게임은 줄 것과 받을 것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한다.

일단 정부·여당이 야당에 줄 수 있는 것은 가까이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 철회에서부터 멀리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같은 국회 표류의 원인을 제공한 쟁점 현안들에 대한 '양보'이다.

반면에 정부·여당이 야당으로부터 받으려는 것은 1년 이상 국회에 계류중인 주요 민생 관련 법안들과 사법개혁 관련 법안 같은 개혁입법 과제들이다.

게임의 형식은 일단 국회 교섭단체 중심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정치협상회의의 형식 또한 합의해서 결정할 수 있겠지만 정부 측에서는 일단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결국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참여하는 '빅매치'인 만큼, '마이너리거'(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군소정당)는 배제한 '메이저리거'(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당대표 및 원내대표)들의 게임이다. 달리 말하면 '국내판 6자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마이너리거' 배제한 '메이저리거'들의 '국내판 6자회담'

노 대통령이 '6자회담'을 제안한 배경은 비록 열린우리당 창당의 '정치실험'은 실패했지만, 자신이 처한 '불우한 환경'을 돌파해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으로서 남은 국정과제만큼은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22일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고 당원자격을 완화하는 당헌·당규안을 확정 발표했다. 기간당원제는 민주당 분당 및 신당 창당의 '명분'이자 열린우리당의 대표적인 '정치개혁 상품'이다. 결국 기간당원제의 폐지는 '정치실험의 실패'를 인정한 꼴이다.

당장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내의 '통합신당파'와 친노직계의 '당 사수파' 사이에 치열한 '수(數)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건 열린우리당의 '이합집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요한 사실은, 한나라당이 깨지지 않는 한 정계개편이 요동치는 내년 봄이면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럴 경우 현실정치에서 노 대통령이 의지할 수 있는 '우군'은 친노직계뿐이다. 열린우리당 내의 40명의 비례대표라는 '자원'이 있긴 하지만 통합파와 사수파의 '수 싸움' 결과에 따라, 제2당이나 제3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결국 노 대통령으로서는 한나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을 이끌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민생 관련 법안과 개혁입법과제들은 올해를 넘기면 사실상 '끝장'이나 다름없다.

여당의 '수의 대결과 이합집산 그리고 야당의 대선 게임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국회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코앞에 닥친 정부 예산안 처리와 '국민연금 개혁안' 같은 단기적인 현안에서부터 국정운영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는 장기적 과제에 이르기까지 여·야 정치권의 협조 없이는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부자 몸조심'이냐 '집권야당'이냐... 시험대 오른 한나라당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은 3000건에 육박하는데, 그 가운데 정부로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만도 100여건에 이른다.

그런데 당장 정부가 추진중인 '국민연금 개혁안'은 선의의 취지를 떠나 당장 국민적 불만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당은 노 대통령의 제안을 환영했다. 정계개편의 한 축임에도 게임에 초대받지 못한 민주당은 "이번 제안은 범국민 차원에서 정국을 풀어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게 '제2의 연정'을 제안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반응이다.

이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26일 낮 12시께까지만 해도 "현재 강재섭 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곧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오후 들어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일단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강재섭 대표가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어놨으면 순리대로 문제를 풀면 되지 뭐 협상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일단 기류는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50%대에 이른다.

그러나 내년이면 원내 제1당이 될 한나라당으로서는 마냥 국정운영의 동반 역할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제안을 무시하고 '부자 몸조심' 기조로 갈지, 아니면 약간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집권야당'으로서의 대세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잡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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