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4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내 친윤계로 불리는 인물들을 겨냥해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의 은어)들이 지도부를 만들어 아무말 대잔치로 선배들을 군기잡고 능멸했다”며 “(친윤계가) 당내 통합보다는 한 줌도 안되는 좀비세력 규합을 하느라 이견 있는 사람을 모욕하고 내치는 데만 주력하다가 지금의 위기가 온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홍 시장은 “지난 30여년 간 정치하면서 당의 권력구도가 수없이 바뀌어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하게 정치할 수 있는 것은 그 기반이 권력자에 있지 않고 국민에 있기 때문”이라며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상도동계, 이회창 총재 시절의 칠상시 그룹,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친이계,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친박계 등 그 숱한 계파들이 명멸해 갔고 그 계파를 등에 업고 득세하던 세력들이 명멸해 갔지만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썼다.
홍 시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소위 친윤계 그룹이 당을 망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친윤계 인물들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초선·원외조차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내에서 호가호위하면서 그 행패가 자심했다”며 “이 결과 당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선후배가 없어지고 중진들조차 이들의 눈치나 보면서 무력해지는 당내 무질서가 만연했다. 그래서 오늘의 당은 중심세력이 사라진 기현상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 시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엑소더스(Exodus·대탈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총선을 지면 식물 정부가 되는데 그걸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사람이 없다”며 “나는 2년 전 혼란을 예견하고 난을 피해 하방했지만 곧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엑소더스가 당내에 자칭 친윤부터 급속히 퍼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난 2일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채택한 당내 주요 인사에 대한 징계해제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홍 시장, 이준석 전 대표,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처분이 해제됐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7월 수해 골프 논란으로 10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를 두고 홍 시장은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는 뜻)의 수모는 잊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홍준표 대구시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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