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저탄소 시대 잠재력 충분…전기차·배터리 긍정적"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김태희 MSCI 한국 대표 인터뷰①
"ESG 증대 배경, ESG 관련 기술 발전도 한 몫"
자문 서비스 NO…"평가 독립성·이해상충 방지"
"여성에 투자하라"…日 'WIN' 지수 개발
"지배구조 중요한 韓, 환경 잠재력도 충분"
  • 등록 2020-12-28 오전 6:02:35

    수정 2020-12-28 오전 6:02:3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한국 기업은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저탄소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IT기업은 전체 특허 중 저탄소와 관련된 매출 비중이 많게는 30%까지 차지해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김태희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대표는 저탄소 시대 국내 기업의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했다. 1994년 세계 최초 ESG 인덱스를 개발한 글로벌 투자정보 제공기관인 MSCI는 전 세계 8500여 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중 국내 기업도 430여 개가 포함돼 있다. 김 대표는 환경 부문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친환경 사업으로 인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혁신적 역량이 더 높은 장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희 MSCI 대표 (사진=MSCI 제공)
◇“ESG 등급과 지수, 제대로 된 투자의 기준”


ESG는 일찌감치 유럽과 미국에선 투자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이후 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됐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책임투자 펀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68억 달러 이상이 순유입됐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945억 달러, 미국이 209억 달러 규모 수준이었다.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려 정부의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으로 국내서도 ESG 투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분류 기준 지난해 말 사회책임투자 운용 펀드는 31개였으나 이달 23일 현재 48개로 대폭 늘었다. 친환경 정책을 예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2021년 신(新)기후체제 이행 등 특히 환경에 방점을 찍은 ESG 투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제대로 된 투자의 기준이 되는 등급 평가와 지수 개발도 국내 투자업계의 핵심 과제다. 과거에는 죄악주 등을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초과 수익 달성을 위한 ESG 통합분석으로 진화했다. 체계적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익률까지 입증됐다. 유럽과 북미에선 ‘ESG 투자=장기적 성과’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연구원만 200여명…“자체 검증·독립된 조직

MSCI도 30년이 넘게 ESG 리서치 역사를 함께 했다. ESG 전담 연구원만 전 세계 200명이 넘는다. 기업 설문조사에 의존하는 여타 경쟁업체와 달리 자체 인력과 기술로 기업 공개자료, 정부와 기관의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기업의 ESG 공시 등을 분석·검증한다. 등급 평가와 지수 개발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솔루션과 같은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ESG 리서치를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하고, 특정 기업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운용 규모 129억3000만 달러(14조2682억원) 수준으로 가장 큰 ESG ETF인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ESGU)도 MSCI 지수를 비교지수로 삼고 있다. 글로벌 ESG ETF 지수 사업에서 MSCI의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국내에 상장된 ESG ETF 7개 중 3개는 MSCI 비교지수를 사용한다.

맞춤형 지수도 개발한다. 2017년 일본 공적연금(GPIF)은 ‘성 다양성 지수’를 ESG 지표에 포함하며 성별 다양성을 촉진하고 유지하는 기업을 독려하는 일본 정부의 방향성을 반영해 ‘MSCI Japan Empowering Women Index’를 채택했다. GPIF는 이를 포함해 그해 약 1조 엔(약 10조원)을 ESG와 ESG 관련 지수에 연동해 투자에 할당했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국내 연기금도 내년부터 ESG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해외 사례를 보면 ESG 투자가 강조되면서 기후 변화, 젠더, 인권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데 한국은 그 시작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지사 대표로서 두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는 김 대표도 열기를 체감했다. 기관뿐만 아니라 기업들에서도 ESG 평가 등급에 대한 문의가 대폭 늘었다.

ESG 활성화 위해선…“정부 지원 가장 중요”

풀어야 할 숙제도 아직 많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전략인 데다 ‘ESG 투자=비용’이란 편견도 일부 남아 있다. 기관 투자가들은 ESG 투자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비중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의 책임 투자 적용 자산은 약 4~5% 수준이다. 금융회사들도 이제 전담 조직을 꾸리는 정도다.

그는 국내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해 비재무적 요소 정보 공개 의무화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개별 기업의 관심 확대, 기관의 적극적 투자도 요구됐다. 약 7조 달러를 운용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매출액 25% 이상인 석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이사회 중 여성이 2명 미만이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ESG 상장지수펀드(ETF)도 지금의 2배 수준인 25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물론 한국만의 특수성도 있다. 글로벌 트렌드가 환경(E)에 점점 무게를 둔다면 한국 시장은 지배구조(G)와 사회(S)가 강조된다는 점이다. 기업의 성장을 이끌던 1,2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안정을 위해 지배구조가 주가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기업을 평가할 때 ‘G’에 대한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활발한 SNS 활동 등을 고려하면 ‘S’도 중요한 요소다.

‘E’의 잠재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기업 중심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정유사나 화학회사들도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탄소 배출 증가를 늦추는 미온적 대처였다면 신 기후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만큼,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구체적인 목표 수치와 지원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저탄소 체제로 전환했을 때 전기차나 배터리 섹터 기업이 보유한 기술 특허 면에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ESG를 ‘새로운 기회’라고 표현했다. 시대적 흐름인 동시에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특성과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관련 분야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금융투자업계 일자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그는 “MSCI가 다양한 솔루션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ESG 발전과 기후 변화 정책 확립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희 대표는?

△1994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1년 애리조나 주립대 썬더버드 경영대 경영학 석사 △1995년 UBS 와버그 증권 애널리스트 △2002년 SK증권 애널리스트 △2004년 씨티은행 프라이빗뱅커 △2006년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기관 사업 책임자 △2019년~현재 MSCI 한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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