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토지 공시지가를 두자릿수로 올리면서 상가·건물업계를 중심으로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매출이 급감해 장사를 접는 이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상가·건물 소유자의 보유세가 늘게 돼, 임차인들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할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 따라…14년만에 최고치 ↑
국토교통부가 내년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지 52만 필지의 잠정 공시지가를 23일 공개했다. 전국 공시 대상 토지 3398만 필지 중 대표성 있는 필지 1.5%를 선정해 감정평가사들이 매기는 가격이다. 내년 2월 표준지 공시지가가 확정되면 이를 토대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머지 개별토지들의 공시지가를 책정한다. 표준지 공시지가에 대한 열람·의견청취는 24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다.
|
눈길을 끄는 건 명동을 포함해 서울의 대표적 상권들이 코로나19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지만, 공시지가는 크게 뛴 점이다. 서울 중구 명동 네이처리퍼블릭은 1㎡당 공시지가 2억원을 넘기면서 18년째 가장 비싼 땅 자리를 지키게 됐다.
2위인 명동2가 우리은행 부지(392.4㎡)도 1㎡당 1억9200만원에서 1억9900만원으로 3.6% 오르며 2억원에 육박한다. 소유주는 내년 6억3636만원으로 올해보다 38.15%(1억7573만원) 오른 보유세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땅값 3위인 충무로2가 의류매장 ‘유니클로’ 부지 소유주는 4억3645만원으로 30.0%(1억72만원) 세 부담이 커진다. 이곳의 내년도 1㎡당 공시지가는 1억9100만원으로 올해보다 2.7% 오른다.
강남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예정지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7만9341.8㎡)가 1㎡당 6500만원에서 7395만원으로 13.8% 오른다. 송파구 신천동 제2롯데월드몰 부지(8만7182.8㎡)도 1㎡당 4700만원에서 498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6.0% 오른다.
“당장은 코로나19에 참아도…임대료 인상 시간 문제”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등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이 몰린 서울 명동가에선 벌써부터 반발이 크다. 명동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 상권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올해 초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0%에서 3분기에 28.5%까지 치솟았고 4분기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명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명동은 코로나에 1년 동안 관광객도 오지 않고 집합금지 명령까지 이어져서 유령도시가 됐다”며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데 ‘착한 임대료’에 누가 동참하나. 임대료 더 오르면 누가 버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가 한쪽에선 임대료를 보전해준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선 임대료 올릴 조치를 하니 앞뒤가 안맞는다”며 “내년에 이의신청 받기 시작하면 항의가 빗발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대료 전가는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당장은 코로나19의 특수항 상황 탓에 임대료 인상 시 세입자가 아예 나가버려 공실이 될 수 있어 임대료 전가 사례가 드물 수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곧바로 임대료 인상이 이뤄지리란 전망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황금상권이던 명동이 유령상권이 돼 임대료를 당장은 임대인에 전가할 여력이 없다”면서도 “코로나 종식까지는 보유세 전가 우려가 없지만 경기가 호전되면 임대료를 상당 폭 올려 임대인에 떠넘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공시지가에 의견이 있는 경우 내년 1월12일까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온라인 사이트나 해당 표준지 담당 감정평가사 또는 시·군·구 민원실에 의견서를 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