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제주 사람 애환 담긴 '참맛'을 맛보다

제주에서 맛봐야할 대표 향토음식들
  • 등록 2020-11-06 오전 6:00:11

    수정 2020-11-06 오전 6:00:11

제주 향토음식 중 하나인 ‘고기국수’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흑돼지·고기국수·성게국·몸국·고사리해장국·보말칼국수 등등…. 척박한 땅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갔던 제주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들이다.

이중 가장 인기있는 음식은 흑돼지구이다. 제주 어딜 가나 흑돼지구이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 제주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야 맛있는 흑돼지를 먹을 수 있을지 우왕좌왕하기 마련. 한가지 명쾌한 해답은 ‘아무데나’ 찾아가라는 것이다. 제주 흑돼지는 어딜 가나 맛있기 때문. 특히 멸치로 만든 젓갈인 ‘멜젓’에 찍어 먹으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 고기의 기름진 느끼함을 없애줌과 동시에 입맛을 돋운다.

고기국수집도 흔하다. 고기국수는 뽀얗게 우려낸 육수에 면을 넣고, 삶은 돼지고기를 얹은 뒤 입맛에 따라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을 넣고 먹으면 된다. 두툼한 중면에 수육까지 함께 먹으니 한 그릇 만으로도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고기국수는 해장용으로도 인기가 좋지만, 술을 부른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다.

제주 향토음식 중 하나인 ‘몸국’


성게국과 몸국은 제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국이다. 성게국은 미역을 참기름으로 살짝 볶은 후, 성게와 오분자기를 함께 넣고 끓인다. 소금으로 간을 하면 성게알은 노란빛을 더하고 순두부처럼 엉켜 달짝지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난다. 제주에서는 성게를 ‘구살’이라 불러 ‘구살국’이라고도 한다. 제주에서는 모자반을 ‘몸’이라고 부르는데, 이 ‘몸’을 끓인 국이 ‘몸국’이다. 돼지를 잡아 고기나 내장 삶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여 신김치나 시래기를 넣어 먹었다고 한다. 돼지고기 국물의 느끼함 대신 구수하고, 새콤하게 씹히는 김치와 해초맛이 어우러져 걸쭉하고 진한 맛을 낸다. 식량이 부족하고 어려웠을 때 제주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건강을 유지하게 해 준 고마운 음식이다.

고사리육개장은 한라산 고사리가 주재료다. 진하게 끓인 돼지 등뼈와 뒷다릿살을 넣고 푹 우려낸 국물에 제주의 ‘먹고사리’와 메밀가루를 넣고 푹 끓여낸다. 걸쭉하게 끓여내는 것이 포인트. 국보다는 오히려 죽에 가까울 정도다. 보말칼국수는 보말을 넣어 끓인 칼국수다. ‘보말’은 고둥의 제주도 방언. 제주도에서는 고둥을 주로 국이나 죽에 넣어 먹는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칼슘과 철분, 단백질 등의 영양이 풍부해 환자 영양식으로 좋다. 또 숙취 해소에 좋고 간과 위를 편안하게 해준다.

우진해장국의 ‘고사리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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