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서가] 백수현 표준협회장 "4차 산업혁명,수직적 한국문화로 미래없다"

미래 변화의 방향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가의 미래'에서 찾아
기술융합과 인공지능 발달로 사회적 변화 우려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 필요... 수직적 구조 탈피해야
  • 등록 2017-01-11 오전 5:00:00

    수정 2017-01-11 오후 4:49:55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이 12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추천서로 ‘4차 산업혁명, 전문직의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을 사회의 변화를 전망해보는 내용이다. 백 회장은 “우리나라도 선제적인 국가 구조의 변화가 없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한 약국에서는 로봇 약사가 매일 홀로 1만건 이상의 처방전을 조제한다. IBM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왓슨’은 전략문서를 탐색하고 회의에서 나온 대화를 요약해 경영조언자 역할을 한다. 최근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현실적으로 묘사한 장면이다. 기술혁신으로 인한 업종간의 융합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에 따라 사회의 모습도 급진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창립 이후 첫 민간출신 수장으로 조직을 2년째 이끌고 있는 백수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최근 익숙해진 단어이지만 이것이 몰고 올 미래의 불확실성은 너무 크다”며 “이에 따라 미래의 직업은 물론 전문가들이 어떻게 변화의 길을 걷는지 알아야 미래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이 이 시대에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으로 추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이 시점에 백 회장이 꺼내든 책은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가 쓴 ‘4차 산업혁명, 전문직의 미래’(와이즈베리·2016 The Future of the Professions)다. 백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최소한 10년 안에 어떤 일이 있을까를 전망해 다룬 책은 별로 없더라”며 “연구보고서 형태로 쓰여진 책이라 독자들이 읽기 힘든 측면은 있지만 미래를 예측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은 책이기 때문에 나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이 책을 읽으며 당장 교육 분야에 접목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습을 그려봤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 분야의 향후 모습을 그려봤을 때 10~20년 후엔 가상공간을 이용한 교육제도가 도입,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시대가 올 것”이라며 “지금은 제한된 공간에 정해진 시간, 딱딱한 프로그램, 정해진 진도 속도 등으로 교육의 유연성이 떨어지는데 이런 부분이 대폭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 책은 기술혁신이 어떻게 전문직을 비롯해 사회가 전문성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예측하고 있다. 현재의 전문 서비스 공급 방식이 향후 기술기반 온라인 시대에는 효율적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는 변화하는 기업 생태계에 누구보다 빨리 대응해야하는 표준협회에겐 중요한 문제다. 백 회장은 이 책을 표준협회 임직원들에게 추천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미래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표준협회의 미션이 바뀌는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이같은 변화의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이 1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표준협회는 지난 1962년 산업표준화법에 의거해 설립된 단체로 국내 산업표준화와 품질경영에 대한 기업교육은 물론 한국산업표준(KS)·국제표준기구(ISO) 인증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큰 틀의 표준정책을 구축하면 표준협회가 실무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는 식이다. 2004년 상근 회장 체제로 바뀐 이후 표준협회장은 관료 출신들이 맡아왔다. 백 회장은 2014년 9월 최초의 민간 출신 회장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았다.

동국대 전자전기공학부 석좌교수였던 백 회장은 과거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적합성정책위원회(CAB) 등에서 이사로 활동했고 대한전기학회장, 대한전기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전기·표준분야 전문가다. 관료 출신 회장에 익숙했던 표준협회에 백 회장의 부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백 회장은 표준협회에 오자마자 ‘KSA행복나눔회’를 만들었다. 봉사조직을 구축해 매달 정기적으로 임직원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하게끔 독려했다. 그는 “남을 위해 배려하고 조그만 봉사라도 마음을 쓴다는 것은 인간의 본연을 찾는데 있어 중요하다”며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받을 수 있고 내게 있어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현 상황에서도 여전히 경직적인 관료 문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우수한 사람들이 국가고시를 통해 공무원 사회로 진입하지만 20~30년 후가 되면 대부분 경쟁력이 떨어지는 조직으로 전락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앙부처의 경우 길어봐야 2년 정도 한 분야 업무를 하다가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도 손해”라는 것이 백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국가 개조 측면에서 이같은 구조를 선제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와 같은 수직적인 구조의 국가들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는 “이 책을 보더라도 이제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물건과 사람, 물건과 물건 등이 수평적으로 연계되는 시대여서 과거와 같은 수직적인 알고리즘으로는 향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지 못한다”며 “관료조직뿐만 아니라 전 사회 체계에 이같은 개념이 정착되지 않으면 우리 국가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결국 기술융합이다. 기술과 기술, 기술과 경영, 경영과 경영이 융합하는 시대다. 세계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글로벌 표준도 융합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백 회장은 “새 시대에 새로운 구상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지금까지 무심코 해오던 습관을 못 버리던 것이 어려운 것”이라며 “셰계적인 변화에 민감해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기업들의 세계 경쟁력을 키우는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상 새로운 변화와 창조는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결국 젊은 사람들의 열정적인 도전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의 감소를 우려하지만 결국 그 시대에 맞는 인간의 지혜가 발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수현 회장은…

1949년 5월에 태어난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은 제물포고를 나와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동국대 공과대학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로 학계에 진출했고 1997년부터 국가기술표준원 산업기술표준위원회 위원, 2004년부터 전기산업진흥회 생산기술개발사업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부터 3년간은 외교통상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문위원회 위원 및 전기전자산업분과 위원장을 맡았고 2009년에는 제38대 대한전기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2011년부터는 대한전기학회 윤리위원장을, 2013년부터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적합성정책위(CAB) 이사를 맡고 있고 2014년 9월부터 표준협회장으로 취임해 국가 산업표준화를 이끌고 있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은 1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변화에 민감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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