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정부의 9·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과 분당신도시 등지에서 활발히 추진되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재건축 연한 단축과 안전진단 기준 완화로 재건축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단지가 늘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년만 기다리면 재건축 가능한데…”
직격탄을 맞은 곳은 서울 강남권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들이다. 1987년 준공된 반포동 반포미도아파트는 재건축 연한을 10년 단축하는 이번 대책에 따라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19년에서 2017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1992년 준공된 개포동 대치2단지와 대청아파트도 2032년이던 재건축 가능 시기가 2022년으로 앞당겨지면서 리모델링 추진을 반겼던 주민들이 흔들리고 있다.
미도아파트 인근 중앙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의 마음이 재건축 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매물을 문의하면 주민들이 재건축 기대감에 매매를 보류하고 호가를 높이고 있어 지금은 전화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절차인 행위허가를 위해서는 주민 80%의 동의가 필요하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고민하는 주민이 늘어나면 날수록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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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만 해도 리모델링 활성화 한다더니…”
리모델링 사업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15년 이상 된 기존 아파트를 3개 층까지 올려 지을 수 있는 이른바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대가 열렸다. 기존 가구 수 대비 15%까지 늘어난 아파트를 일반분양할 수 있어 수익성도 나아졌다. 정부도 수직증축 허용 등 각종 리모델링 규제 완화와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아파트 추진 등으로 리모델링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시장에서는 이들 단지의 리모델링사업 추진이 중단되고 재건축사업도 지체되면서 주거 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다. 리모델링사업이 추진되는 강남과 분당신도시 단지들은 대부분 고층으로 용적률이 높고 지역 여건상 층수 제한 등도 있어 재건축 사업 여건이 나쁘다. 성남시 관계자는 “분당의 경우 평균 용적률이 210% 정도여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때 추가분담금이 많이 발생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의 혼란에 대해 정책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노후주택 정비를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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