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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낙후됐던 부천시와 의왕시 등 경기 서남부권 지역은 개발에 따른 주거 인프라 개선과 주변 교통망 확충 기대감에 들썩이는 분위기다. 이와는 달리 성남시 복정·금토동 등 강남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대규모의 값싼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주변 지역 슬럼화와 함께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변 시세보다 최대 50% 싼 값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해 ‘로또 아파트’ 논란을 일으켰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내년부터 2019년까지 분기별로 10만 가구씩 입주 레이스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공급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주변 지역까지 물량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공공 임대주택과 공공 분양주택, 민간 분양주택 비중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강남 인근 지역에서 나오는 반대 목소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 인근 지역 임대주택 반대 ‘변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수도권 주변 그린벨트 40곳을 풀어 공공 임대주택과 민간 분양주택 등 16만 가구를 공급한다. 이 중 신혼부부가 분양형 또는 임대형을 선택해 입주할 수 있는 신혼희망타운은 서울과 과천 등 입지가 양호가 곳을 중심으로 7만 가구가 들어선다.
이번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를 놓고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공급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강남 세곡·내곡지구 등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며 주변 시세보다 50~80%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했다. 하지만 로또 아파트 논란과 함께 집값 하락을 우려한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로 결국 제도가 폐지된 전례가 있다. 이번 신규 택지지구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뿐만 아니라 신혼부부에게는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7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서역세권지구와 가까이 있는 강남구 자곡동 K공인 관계자는 “과거 인근에 행복주택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도 집값 영향을 우려해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는데 이번에도 임대주택 공급 반대 목소리가 커질 게 뻔하다”며 “특히 분양형 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돼 나중에 주변 시세 수준으로 수억원의 웃돈이 붙으면서 로또 아파트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천·군포 등 경기 남부권 기대감↑… ‘묻지마 투자’는 금물
이번에 신규 택지지구는 대체로 이미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된 신도시나 미니 신도시급 택지지구 인근에서 들어선다. 성남 복정지구는 위례신도시, 성남 금토지구는 판교신도시와 인접해 있다. 구리 갈매역세권지구는 별내지구 내에 있고, 의왕 월암지구는 의왕 장안도시개발구역 생활권이다.
부천 원종지구 내 S공인 관계자는 “워낙 오랫동안 개발이 안 되고 방치돼 있던 땅이 많아서 원종동 일대 도로와 인접한 곳도 가격이 3.3㎡당 100만~150만원에 불과하다”며 “(임대주택도 들어오지만) 분양 물량도 일부 나올텐데 이쪽 지역에서는 워낙 새 아파트 공급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쓰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던 대기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5400여가구의 공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의왕 월암지구에서도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의왕 월암동에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곳은 땅값이 3.3㎡당 100만원 수준인데 이제 풀린다고 하면 300만~500만원까지는 오를 것”이라며 “투자 문의가 많아졌지만 인근 땅주인들이 내놨던 땅을 걷어들이는 분위기여서 거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공급되는 주택은 분양·임대주택이 섞인 소셜믹스(혼합단지)가 아닌 임대아파트 위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발 기대감에 단기적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지만 경기도 외곽지역은 이미 입주 물량도 많은 상황이라 거품이 빠지면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