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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화 전방위로 블랙리스트 작성·퇴출공작
국정원 적폐청산태스크포스에 따르면 MB정부 당시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취임 이후인 2009년 2월부터 각계 인사들에 대한 노골적인 퇴출·공작을 펼쳤다. 주된 대상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인사 △촛불시위 참여 전력 등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주요 정치인들도 대상이었다.
특히 문화예술계 명단에는 세계적 영화감독인 박찬욱·봉준호·이창동을 비롯해 영화감독 52명을 포함해 총 82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청와대에선 기획관리비서관, 홍보ㆍ민정수석이 지속적으로 ‘좌파 성향’으로 분류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실태 파악 지시를 하달했다. 국정원은 ‘VIP 일일보고’·‘BH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이를 보고했다. 국정원은 김주성 당시 기조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 퇴출을 위한 공작을 벌였다.
목적 실행을 위해 온갖 악의적인 방법이 총동원됐다. 해당 연예인의 소속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을 출연시킨 TV 관계자들에 대한 인사조치를 유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댓글 공작’으로 악명을 떨친 심리전단을 통해 사이버상에서 이들에 대한 비방 활동을 계속했다. 대표적인 것이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에 대한 악의적 나체 합성사진 유포·제작이었다.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 등은 재판에서 “지원 배제 명단 작성은 어느 정권하에서나 통상적으로 해오던 업무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 블랙리스트 사건 직권남용 유죄 인정 실형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1심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는 판결문에서 이 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어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정치권력 기호에 따른 지원 배제는 건전한 비판을 담은 창작활동을 제약할 수도 있어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토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강요 등)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또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했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다만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각각 징역1년, 징역1년6월을 선고받았으나 2년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공무원 직권남용의 법정최고형은 최고 징역 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