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민안전처·중앙소방학교에 따르면 국내 소방학교 9곳 중 ‘실화재(實火災) 훈련장’을 갖춘 곳은 경기소방학교 1곳에 불과했다. 실화재 훈련장은 내화벽돌을 사용해 지은 건물로 실제로 화재를 일으켜 진압하는 훈련이 가능하다.
이동성 중앙소방학교장은 “실화재 훈련장을 만들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중국으로 소방교육 견학 갈 정도로 우리가 뒤처져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소방학교에서는 불이 난 것처럼 가정해 운동장 등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해 소방학교는 항공화재 훈련용으로 보잉 737-700기까지 구입하는 등 사업비 800억 원을 투입해 화재진압 훈련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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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방학교는 건립된 지 길게는 29년이나 됐을 정도로 교육시설이 낙후돼 있다. 충청·경북·광주소방학교 전임교수는 각각 1~2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국내 소방학교 전임교수(42명) 한명당 소방공무원(약4만명)이 952명에 달한다. 2017년 공주 신청사로 이전하는 중앙소방학교는 사정이 낫다. 부산소방학교 등 한 해 총예산이 10억원 미만인 지방소방학교들은 시설·인력 투자에 쓸 예산이 없다.
심폐소생술, 환자치료 등 구급교육 여건도 열악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소방학교에서는 신입 소방직을 대상으로 9주간 2급 응급구조사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전국 9개 소방학교 중 신입 대상으로 9주짜리 응급구조사 2급 교육을 진행한 곳은 서울·강원소방학교 2곳 뿐이다.
중앙소방학교 관계자는 “최근 들어 119 출동이 많아져 현장인력난이 심하다 보니 지방소방학교 신입생들을 앞당겨 일선에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부족 탓에 구급교육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얘기다.
부실한 소방교육 시민안전 위협 우려
현장에서는 이 같은 부실교육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지방소방학교 구급교관은 “제대로 된 구급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구급환자의 안전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 안팎에서는 소방교육에 대한 시설투자와 예산확충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21년 경력의 한 지자체 소방관은 “중앙정부는 소방 교육에 대한 로드맵조차 없고 지자체는 도로포장은 하면서 소방에 대한 교육투자는 낭비라고 생각하는 실정”이라며 “이제는 정부·국회가 나서서 비정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소방직 99%(3만여명)은 지자체 소속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교육은 공공서비스 중 하나인데도 그동안 투자는 인색했고 문제조차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목숨을 걸고 활동해야 하는 소방직 특수성을 감안해 국민안전처 차원에서 전체적인 교육개편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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