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준조세는 정부가 바뀌어도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왔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에 따르면 2015년 사회보험료를 제외한 준조세는 16조4000억 원으로 법인세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16조4000억 원에는 비자발성 기부금뿐 아니라 손비인정 조정 부담금과 강제성 채권 매입, 각종 기금 등이 포함돼 있다. 같은 기간 비자발성 기부금은 2164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물적 지원까지 포함하면 1조 원을 넘는다.
헌금, 성금, 찬조금, 후원금 등으로 불리는 기부금은 형식은 자발적이나 실질적으로는 공권력이 개입된 강제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하지만, 기업의 속 사정은 ‘어쩔 수 없었다’가 상당수다.
하지만 기업들은 법인세를 인상한다고 준조세가 없어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국회에서 입법해 막아달라”고 요청하면서도 법인세 인상에 반대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준조세 대신 법인세를 올리는데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런데 그런 결과가 나올지는…”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준조세 근절을 확신하기 어려우니, 준조세 대신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안도 찬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제 기부금을 포함한 준조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한다. 준조세 청탁 금지법을 만드는게 먼저일테고, 각종 기금과 특별회계를 상시 평가하거나 통폐합·단순화해 준조세를 원칙적으로 줄이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오정근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청탁금지법뿐 아니라 각종 부담금 부과요율을 하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하는 등 부과조건을 명확하게 해서 자의적 부과를 배제하는 것도 준조세 투명화에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