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전체가 이국적인 정원으로 꾸며진 해상공원인 외도 ‘동백나무 터널. 바다 건너 멀리 해금강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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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남 거제는 한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대단히 매력적이다. 특히 여름철 거제는 바다가 가진 매혹적인 풍경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여름 휴가철에는 피서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번잡함이 싫다면 거제 앞바다에 총총히 박힌 섬으로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여름철 거제의 작은 섬은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일단 자동차가 없어 청정하고 섬 안의 길을 따라 구석구석 돌아보기가 편안하다. 자연히 오가는 길에 만나는 섬주민과도 친근해진다. 작은 섬이 주는 여행의 맛인 게다. 거제 앞바다에는 무려 70여개가 넘는 작은 섬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해금강과 외도는 물론이고 지심도까지. 굳이 섬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바람의 언덕, 신선대, 여차~홍포 해안도로, 구조라·몽돌해변 등등. 거제는 그 자체가 절경이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무더위를 피해 이제라도 거제 앞바다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바다 위의 금강산 ‘해금강’
| 해금강 십자동굴. 유람선이 이 사이를 통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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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여행지는 아무래도 해금강일 게다. 해금강은 갈곶의 끝에 있는 섬. 남해의 금강산이라고 해서 해금강으로 불리며 명승 2호로 지정된 절경 중의 절경이다. 찾아가는 길 또한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도심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바람의 언덕 또는 신선대 방향으로 운전대를 잡으면 된다. 신선대 전망대에서 약 2.5㎞를 더 들어가면 바로 해금강을 바라볼 수 있는 해금강마을이 나온다. 정확한 지명은 남부면 갈곶리 갈매마을. 이 마을 앞에 떠 있는 작은 돌섬이 바로 해금강이다.
유명세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해금강이란 이름은 그 모습이 마치 금강산 해금강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선 중엽 무명의 화가가 그린 거제 해금강과 1934년 발행한 ‘통영궁지’에 ‘거제 해금강의 절경’이라고 칭한 것에서 유래했다. 해금강의 원래 이름은 ‘갈도’(葛島)였다. 기암괴석의 형상이 마치 칡뿌리가 뻗은 모양이라 해서 불리기 시작했다. 삼신산(三神山)이란 이름도 있다. 하늘에서 보면 3개의 봉우리로 나뉜 듯한데 각 봉우리를 바다와 하늘, 땅의 신이 관장한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또 진시황의 불로장생초를 캐러 온 서불이 이곳에 반해 돌아가지 않고 머물렀다는 전설이 남아 있어 ‘약초섬’으로도 불린다.
해금강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거제의 도장포·해금강·구조라·장승포·와현·다대 등 6곳에서 유람선이 뜬다. 해금강 선착장은 갈매마을 해변가에 있다. 유람선으로 10여분 거리다.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곧장 해금강의 돗단섬을 스쳐 사자바위를 향해 나아간다. 사자바위는 명칭 그대로 사자의 형상을 닮아 불리는 이름.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연출되는 일출은 애국가의 한 장면으로도 유명하다. 4월과 10월에만 섬과 바위 사이로 그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 해금강 십자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유람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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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해금강은 경이의 연속이다.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섬의 각 바위들에는 각각의 이름과 전설이 있어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유람선 선장의 유려한 말솜씨를 듣는 재미도 있다. 해금강 최고의 비경은 십자동굴이다. 바위틈으로 들어온 파도가 십자물길을 만드는데 유람선은 석문을 통해 아슬아슬하게 그 물길을 드나든다. 석문을 다시 나와 해금강을 돌면 신랑신부바위, 병풍바위, 촛대바위, 두꺼비바위 등 기괴한 모양의 바위와 만난다.
◇다도해 위 떠 있는 초록빛 천국 ‘외도’
| 외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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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 절경을 감상한 후 도착한 곳은 외도다. 14만 8760㎡(약 4만 5000평) 섬 전체가 이국적인 정원으로 꾸며진 해상공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섬 같지만 실제로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서도가 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동도는 자연상태 그대로 동백숲이 섬 전체를 덮고 있다.
외도는 원래 사계절 풍부한 수량을 가진 후박나무 약수터가 있는 우물을 중심으로 7~8가구가 모여 살던 척박한 바위 섬이었다. 하지만 40여년 전 이 섬을 사들인 한 개인이 한평생에 걸쳐 가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사연은 이렇다. 1969년 이창호(1934~2003) 씨가 부인 최호숙(77) 씨와 함께 낚시를 왔다가 태풍을 만나 우연히 외도에서 하룻밤을 묵은 것이 인연이 됐다. 이들 부부는 외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도를 샀다. 그때가 1973년이다. 당시 섬에는 전기도 전화도 들어오지 않았고 8가구만 살고 있었다. 섬을 사들이면서 이들 부부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밀감나무를 심었다가 겨울 한파로 물거품이 됐고 돼지도 키워봤지만 돼지파동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잦은 실패 끝에 이들 부부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식물원이었다.
1976년 관광농원을 시작해 20년 동안 서울에서 나무를 옮겨와 심는 작업을 했다. 이들 부부는 직접 나무를 심고 계단을 만들어 섬을 조금씩 바꿔 나갔다. 마침내 1995년 4월 15일 ‘외도 해상농원’이란 이름으로 섬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국적인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삽시간에 전국의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2005년 농원의 이름을 ‘외도 보타니아’로 바꾸며 변화를 거듭했고 2007년 8월에는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 외도 정상에서 바라본 외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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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의 정성으로 잘 가꾼 보태니컬가든에는 아열대식물을 비롯한 희귀식물은 물론 공룡 발자국 화석 등이 있는가 하면 비너스가든, 천국의 계단, 조각공원, 겨울연가 촬영지 등 다양한 테마가 잘 어우러져 있다. 아쉬운 점은 외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유람선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들어올 때 타고 온 유람선에 정확히 다시 승선해야 유람선을 탔던 선착장으로 나갈 수 있다. 유람선을 타기 전 식별가능한 번호표를 나눠주는데 외도에서 재승선할 때 꼭 지참해야 한다.
◇동백 숲 터널을 거닐다 ‘지심도’
거제 섬 여행의 마지막은 지심도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양새가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외도와는 다르게 화려하진 않지만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 남짓 떨어진 지심도는 33만㎡(11만평) 규모로 그다지 크지 않은 섬이다. 섬 안에는 동백나무와 함께 후박나무·소나무 등 37종의 식물이 뒤섞여 자라는데 10그루 가운데 7그루가 동백이다. 제주 서귀포 다음으로 강수량이 많아 난대성 상록활엽수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는 ‘지삼도’(只森島)라는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상록수가 우거진 섬이라는 뜻이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 하순경이면 대부분 꽃잎을 감춘다. 이처럼 다섯 달가량 이어지는 개화기에는 어느 때라도 동백의 요염한 꽃빛을 감상할 수 있지만, 꽃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3월경이다. 붉은 동백꽃이 길 위에 떨어져 융단처럼 덮인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하지만 여름날 짙은 동백 숲터널의 분위기도 그에 못지않다.
| 지심도 전망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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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해발 97m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착장에서 마을로 가는 길은 꽤 비탈지다. 이 길을 올라가면 3.7㎞의 섬 둘레길을 만날 수 있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로 평지를 걷는 듯 순탄한 길이다. 길을 따라 1시간 30여분을 도는 동안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와 태고의 원시림이 번갈아 나타나며 지루할 틈 없이 여행자를 반긴다.
아픈 역사의 흔적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포진지, 탄약고, 서치라이트 보관소, 욱일기 게양대, 방향지시석 등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둔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전까지는 섬에 17가구만이 살고 있었는데 일본군이 해군기지로 지심도를 개발하면서 강제로 주민을 이주시켰다. 지금 남아 있는 가옥도 당시에 지어진 것이다. 일본군 전등소장의 사택으로 쓰였던 건물은 이제 아담한 커피숍으로 바뀌어 있다.
| 마음 심(心)자를 닮은 섬 ‘지심도’의 산책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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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자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지나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통영까지 간다. 통영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신거제대교를 건너면 거제도다.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로 이동해 차를 빌려 거제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부산역에서 거제까지는 50여분이 걸린다. 가덕도를 거쳐 거제시 장목면까지 잇는 거가대교를 타야 한다.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갈아탄다. 이어 통영을 지나 거제대로를 따라 약 15㎞를 내려가면 거제시다.
△먹을곳=장승포 ‘항만식당’(055-682-3416)과 상동동 ‘백만석’(055-637-6660)이 대표적인 맛집이다. 항만식당은 갖은 해물에다 된장을 풀어 끓인 해물뚝배기를 낸다. 백만석은 다져서 네모꼴로 냉동한 멍게와 김가루·참기름 등을 넣고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의 원조로 꼽히는 집이다. 장승포 ‘싱싱게장’(055-681-5513)도 알아주는 맛집이다.
△잠잘곳=거제 지세포에는 대명리조트 거제마리나(1588-4888), 와현해수욕장 근처에는 호텔 리베라 거제(055-730-5000)가 있다. 여름 휴가철에는 주변 일대에 거의 빈방이 없다. 최근에는 장목면에 한화리조트가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어 조만간 숙박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바람의 언덕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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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를 피해 거제 바람의 언덕을 찾은 피서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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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를 피해 거제 바람의 언덕을 찾은 피서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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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를 피해 거제 바람의 언덕을 찾은 피서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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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를 피해 거제 바람의 언덕을 찾은 피서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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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강 사자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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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거제 앞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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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선대와 거제 앞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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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 선착장 옆 계단에서 바라본 남해 앞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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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거제 앞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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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 선착장 옆 계단을 오르고 잇는 관광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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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정돈된 정원 같은 외도 내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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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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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심(心)자를 닮은 섬 ‘지심도’의 산책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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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심도 적벽사이로 난 산책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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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심도 바위 끝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관광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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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강마을에서 바라본 해금강과 사자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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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강과 사자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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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에서 바라본 해금강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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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강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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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강 십자동굴 남쪽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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