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촬영은 공짜, 사진은 유료'…황당한 성장앨범 상술

작은육아 2부 ‘출산부터 돌잔치까지’
만삭사진 등 무료 촬영 미끼로 성장앨범 계약 강요 빈발
산부인과, 산후조리원은 산모 소개하고 중개수수료 받아
"노쇼 많고 촬영 소품 등 비용부담 커..바가지 아닌 정상가"
업체 폐업 등 대비해 카드 결제, 계약철회 언제든 요구가능
  • 등록 2017-05-01 오전 6:30:00

    수정 2017-05-01 오전 6:30:00

저출산 시대에 아기를 1명을 낳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고가인 아기 성장앨범이 육아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적게 쓰고 크게 키우는 행복한 육아’라는 주제 아래 연속 기획을 게재합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육아 부담을 줄여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작은육아’ 기획시리즈에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희진(가명·33)씨는 출산을 5개월여 앞두고 동네 근처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 미리 계약금을 내자 산후조리원에서는 가까운 베이비스튜디오에서 만삭 사진과 생후 열흘된 신생아 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고 했다. 출산 후 기쁜 마음으로 무료 촬영을 마친 이씨가 스튜디오에 가서 촬영 원본 사진을 요청하자 돈을 내고 50일이나 100일 기념 추가 촬영을 해야 원본 사진을 돌려준다고 했다. 결국 이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130만원을 주고 아기 성장앨범 계약을 했다.

성장앨범이 육아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만삭 사진을 시작으로 태어난 직후부터 50일, 100일을 거쳐 돌이 될 때까지 3~4차례 촬영에 많게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소중한 내 아이의 다시 못 올 한때를 사진으로 남길 욕심에 엄마, 아빠들은 순순히 지갑을 연다.

문제는 아이의 소중한 기록을 미끼삼아 폭리를 취하는 일부 베이비스튜디오들이다. 이들은 만삭사진 무료 제공 등을 앞세워 수백만원짜리 성장앨범 계약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성장앨범 전체 가격 등 계약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촬영에 응해야 한다.

◇ 촬영은 공짜지만 사진은 유료

출산전문 산부인과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는 산모들에게 아기 무료촬영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산후조리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오해한 초보 산모들은 감사하며 사진 촬영에 응하지만 이후 황당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베이비스튜디오들이 추가 유료 촬영이나 성장앨범 계약을 하지 않으면 사진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딸아이를 출산한 이모(33)씨는 “산후조리원에서 50일 촬영까지 무료라고 해서 산후조리원에서 한차례 아이 사진을 찍고 50일 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를 찾아갔더니 성장앨범 계약을 하지 않으면 사진을 못 준다고 했다”며 “결국 15만원을 주고 보정도 안된 원본 사진만 몇 장 받아왔다”고 분개했다.

무료 촬영을 미끼로 한 이같은 바가지 영업은 출산병원이나 산후조리원과 베이비 스튜디오업체 간 뒷거래에서 시작한다. 출산병원과 산후조리원은 무료 촬영을 부가서비스로 제시해 산모를 유인한다. 베이비스튜디오에서는 무료촬영을 빌미로 추가촬영이나 성장앨범 계약을 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남는 장사다. 손해를 보는 것은 무료 촬영에 혹했다가 울며겨자먹기로 성장앨범을 구매해야 하는 부모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A산후조리원 원장은 “산후조리원을 차리면 여러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온다. 산모들에게 소개해 주면 일정 기간마다 중개 수수료를 지급한다. 추석 등 명절을 빌미로 답례품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을 세우면서 공동투자 형태로 베이비스튜디오업체를 연계해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쇼’ 많고 아기옷 등 촬영소품비용 만만찮아

베이비스튜디오들도 할 말은 있다. 성장앨범이 대중화하자 베이비스튜디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은 악화된 반면 저출산으로 시장은 줄어들고 있어 경영난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베이비스튜디오들은 직원 4~5명을 두고 사무실이나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운영하는 영세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베이비스튜디오를 운영하는 B씨는 “아기를 상대하다 보니 예약하고 오지 않는 ‘노쇼 고객’이 많다. 아기 사진을 찍는 업무 특성상 단골이 거의 불가능해 회전율을 높이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회전율이 떨어지다 보니 결국 개별 단가가 오른 것일 뿐 성장앨범이 바가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베이비스튜디오 사장 B씨는 “아기용품은 싼 것을 쓰면 엄마들이 금방 알기 때문에 분기마다 천연 소재 아기 소품이나 옷 구매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며 “엄마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스튜디오 리뉴얼이라도 하면 수천만원이 나간다. 임대료 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무료 촬영권을 앞세운 베이비스튜디오들의 바가지 마케팅에 우는 부모들이 적지 않지만 피해 구제는 쉽지 않다.

업체가 제공하는 무료 촬영권이 아기 성장앨범 전체 계약을 전제로 한 ‘조건부 무료’ 계약인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성장앨범은 계약기간이 길고 액수가 큰 만큼 업체 폐업 등에 대비해 가능한 신용카드로 결제 하는 게 좋다”며 “다만 성장앨범은 한달이상 서비스가 이어지는 ‘계속 거래’인 만큼 청약철회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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