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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앨범이 육아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만삭 사진을 시작으로 태어난 직후부터 50일, 100일을 거쳐 돌이 될 때까지 3~4차례 촬영에 많게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소중한 내 아이의 다시 못 올 한때를 사진으로 남길 욕심에 엄마, 아빠들은 순순히 지갑을 연다.
문제는 아이의 소중한 기록을 미끼삼아 폭리를 취하는 일부 베이비스튜디오들이다. 이들은 만삭사진 무료 제공 등을 앞세워 수백만원짜리 성장앨범 계약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성장앨범 전체 가격 등 계약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촬영에 응해야 한다.
◇ 촬영은 공짜지만 사진은 유료
출산전문 산부인과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는 산모들에게 아기 무료촬영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산후조리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오해한 초보 산모들은 감사하며 사진 촬영에 응하지만 이후 황당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베이비스튜디오들이 추가 유료 촬영이나 성장앨범 계약을 하지 않으면 사진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딸아이를 출산한 이모(33)씨는 “산후조리원에서 50일 촬영까지 무료라고 해서 산후조리원에서 한차례 아이 사진을 찍고 50일 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를 찾아갔더니 성장앨범 계약을 하지 않으면 사진을 못 준다고 했다”며 “결국 15만원을 주고 보정도 안된 원본 사진만 몇 장 받아왔다”고 분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A산후조리원 원장은 “산후조리원을 차리면 여러 베이비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온다. 산모들에게 소개해 주면 일정 기간마다 중개 수수료를 지급한다. 추석 등 명절을 빌미로 답례품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을 세우면서 공동투자 형태로 베이비스튜디오업체를 연계해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쇼’ 많고 아기옷 등 촬영소품비용 만만찮아
베이비스튜디오들도 할 말은 있다. 성장앨범이 대중화하자 베이비스튜디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은 악화된 반면 저출산으로 시장은 줄어들고 있어 경영난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베이비스튜디오들은 직원 4~5명을 두고 사무실이나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운영하는 영세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베이비스튜디오를 운영하는 B씨는 “아기를 상대하다 보니 예약하고 오지 않는 ‘노쇼 고객’이 많다. 아기 사진을 찍는 업무 특성상 단골이 거의 불가능해 회전율을 높이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회전율이 떨어지다 보니 결국 개별 단가가 오른 것일 뿐 성장앨범이 바가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료 촬영권을 앞세운 베이비스튜디오들의 바가지 마케팅에 우는 부모들이 적지 않지만 피해 구제는 쉽지 않다.
업체가 제공하는 무료 촬영권이 아기 성장앨범 전체 계약을 전제로 한 ‘조건부 무료’ 계약인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성장앨범은 계약기간이 길고 액수가 큰 만큼 업체 폐업 등에 대비해 가능한 신용카드로 결제 하는 게 좋다”며 “다만 성장앨범은 한달이상 서비스가 이어지는 ‘계속 거래’인 만큼 청약철회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