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머리, 가슴 그리고 투자

  • 등록 2006-10-09 오후 12:20:00

    수정 2006-10-09 오후 12:20:0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우리는 가끔 어떤 사람이 몇 천만 원으로 몇 억 원, 몇 10억 원, 심하면 몇 100억 원을 벌었다는 말을 풍문으로 듣는다. 그것도 어떤 사람은 그렇게 벌었다, 완전히 망했다, 다시 또 벌었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듣는다. 그리고는 나는 왜 그렇게 되지 못하는가하고 낙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낙담할 필요가 없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말하려고 한다.

여기 갑(甲)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자. 갑은 자신이 부자가 된 배경에는 이런 저런 노력과 땀이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은 이런 저런 근거로 이런 저런 예측을 했고, 그 예측이 잘 들어맞았다고 말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세상은 절대로 질서 있게 움직이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아주 조금의 질서와 수없이 많은 우연으로 움직인다. 지나온 과거도 그렇고 앞으로 올 미래도 그렇다. 불확실하다. 지나온 과거 또는 일어난 어떤 일을 마치 필연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금융시장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이나 학교에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오래 전에 신혼여행을 갖다가 길가에서 돈 천원을 내고 궁합을 본 적이 있었다. 하도 오래 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이 맞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일어난 일의 집합이 역사라면 일어나지 않은 수없이 많은 집합도 역시 역사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역사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하는 눈이 귀하다. 총소리가 났다는 것만이 사건의 단서가 아니고 총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도 범인을 잡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다고 하자. 처음의 한 알은 아무런 힘도 없다. 그러나 높이 올라간 성에 마지막 한 알로 그 성은 무너지고 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처럼 인과관계가 분명한 법칙의 세계가 아니다. 클레오파트라 코 높이가 역사를 바꾸는 혼돈의 세계다. 컴퓨터 자판의 QWERTY가 사라지지 않는 비이성적인 세계다.

이런 세계를 고전적인 경제법칙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나 이를 예측하려는 많은 시도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이론이 우연히 어느 시기의 경제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고, 그 예측이 우연히 들어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온통 우연으로만 둘러싸여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인과관계가 잘 작동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런 측면이 우리가 세상을 사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인간은 예측은 머리(이성)으로 하지만 행동은 본능(가슴)으로 하는 속성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꽁초를 찾고 소파에서 뒹구는 것은 가슴에서 나온다. 나는 회사 이름도 모르고,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돈을 집어넣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초보자만이 이러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도 이런다.

단지 귀찮다는 이유하나뿐이다. 게으름은 일상적인 삶에서 만이 아니라 투자에서도 적이다. 나는 갑이 예측을 잘해서가 아니고 부지런해서 돈을 벌었다면 그의 성공을 인정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죄를 인간의 가슴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인간의 이성 능력 또한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한 때 신을 부정하려던 이성이 이번에는 스스로 신화가 되어 버렸다. 인간 이성은 원래 질서가 없는 것에도 질서를 지우고 우연을 필연으로 왜곡하려는 유전적 본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까마귀 날고 배 떨어지면 배가 떨어진 것은 까마귀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어느 날 물가가 올라간 후 주가가 떨어지면 주가 하락의 원인을 물가 인상이라고 한다. 다음 날 일자리가 늘어난 후 주가가 올라가면 주가 상승의 원인을 일자리 증가라고 한다. 인간 이성의 능력은 겨우 이 정도일 뿐이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세계에 들어가면 불안해진다. 이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이성을 혹사해서 실제의 대상을 왜곡해서라도 질서를 부여하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래란 불확실하고 수없이 많은 우연적인 요소가 미래를 만들어 낸다면 이런 미래를 바라보고 지금 투자를 해야 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런 예측도 하지 말고 그냥 우연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나?

아마 쓸데없는 대답이 되겠지만 먼저 한 가지는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이것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투자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알고 해도 손해보고, 모르고 해도 이익을 볼 수도 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변동성이 높은 즉 우연성이 높은 주식 투자의 세계다. 그러나 알고 하는 것이 조금이이라도 우연을 줄이는 길이 아닐까?

둘째는 우연히 성공하더라도 이를 마치 자신의 뛰어난 능력인 것으로 착각하거나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작은 성공은 우연이라고 말하기 쉽지만 큰 성공은 능력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연히 손해를 보더라도 나만 왜 이 모양인가하고 너무 낙담할 필요가 없다. 재산을 모두 다 날렸는데도 어떻게 낙담하지 않느냐고? 그러므로 처음부터 모든 재산을 우연에 맡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우연을 친구로 만들어 언제나 붙어 다닌다.

셋째는 계속되는 우연 가운데 가끔 한 번씩 찾아오는 필연의 기회를 노린다. 이런 기회는 대부분 미래를 다수와 반대로 볼 때 찾아온다. 이런 필연은 바로 위기의 한 가운데서 생긴다. 마지막 모래 한 알이 높은 성을 무너뜨리고 마지막 온도가 물을 수증기로 바꾸고, 마지막 당김이 고무줄을 끊어버린다. 이런 현상은 절대로 비정상이 아니다. 오히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비정상이 계속되면 그것이 정상인 것으로 착각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아무리 다수라 하더라도 지나친 것은 결국 지나친 것으로 드러난다. 나는 이런 때를 찾고 싶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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