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불발’ 녹십자 혈장치료제, 다수 치료목적 사용으로 활용

2인 이상 환자 대상 사용 승인으로 수요 대응
지난달 18일 이후 한달여간 의료현장 요청은 줄어
지난달 11일 식약처 조건부 허가 불발 영향 큰 듯
국내 코로나19 접종 진행되며 고위험군 줄어든 탓도
  • 등록 2021-06-22 오전 8:03:56

    수정 2021-06-22 오후 1:32:14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GC녹십자(006280)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GC5131)’에 대해 ‘2인 이상의 환자 대상 치료목적 사용 승인’으로 활용을 지속한다. 지난달 조건부 허가가 불발된 이후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치료목적 사용 승인 건수는 다소 줄었지만, 의료현장 수요 대응과 연구현장 지원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녹십자 오창 공장.(사진=녹십자)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후 한달여동안 지코비딕주에 대한 치료목적 사용 승인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3건, 11월 7건, 12월 18건, 올해 1월 6건, 2월 5건, 3월 3건, 4월 3건, 5월 2건 증으로 증감은 있었지만 매달 꾸준히 이어져 온 수요가 잠잠해졌다.

치료목적 사용 승인 제도는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허가되지 않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이더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병원에서 해당 의약품을 특정 환자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면 해당 의약품이 제공된다. GC녹십자의 지코비딕주는 지난해부터 총 47건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의료현장에서 가장 많은 요청을 받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꼽혔다.

최근 지코비딕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이 잠잠해진 가장 큰 이유는 지코비딕주의 조건부 허가가 불발되면서라는 분석이다. GC녹십자는 지난 4월말 지코비딕주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식약처에 신청했지만, 지난달 11일 식약처 검증 자문단은 회사가 제출한 초기 2a 임상시험 결과만으로는 효과성과 안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GC녹십자는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조건부 허가 절차를 다시 밟지 않고 자진 철회하는 방안을 택했다. 때문에 지난달에도 지코비딕주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은 검증자문단 회의 결과 발표 직후인 14일과 18일에 그쳤다.

더욱이 국내 코로나19 접종 본격화와 경쟁 약물의 선전은 지코비딕주의 사용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의견이다. 지난 2월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된 지 114일 만에 1500만명이 1차 접종을 맞았다. 의약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19의 감염을 막기도 하지만,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 및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코비딕주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환자 혹은 고위험군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면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치명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혈장치료제를 써야만 하는 경우가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의료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도 치료목적 사용 수요를 줄인 원인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 14일까지 국내에서 총 4500명에 투여됐다. 지난해 12월까지 단 2건에 그쳤던 치료목적 사용 승인 건수도 올해들어 1월 1건, 2월 2건, 3월 3건, 4월 1건, 6월 2건 등으로 지속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고위험군 환자가 중증으로 갈 확률을 72% 줄이고, 임상적 회복 기간도 4.7일 단축했다고 발표했다.

GC녹십자는 이에 대해 2인 이상의 환자 대상 승인으로 다수 환자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47건 중 1건은 2인 이상의 환자 대상 승인으로 총 3개의 의료기관(서울아산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경북대병원)에서 24명까지 치료가 가능해 지속적으로 치료목적사용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후속 임상개발은 중단했지만 현장에 지속적으로 혈장치료제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3차까지의 배치(batch) 생산으로 물량도 충분히 확보했다. GC녹십자는 “치료목적 사용 지원,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지코비딕주에 대한 변이 바이러스 유효성 연구 지원 및 협력, 코로나19 완치자 중화항체 측정을 통한 장기 3년 면역원성 연구 등 3가지 계획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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