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년]코로나 종식 이후 최대 난제는 '고용·부채'

3% 성장은 반신반의..`달성해도 경기회복 아냐`
실물로 돈 가게 하려면 `기업 규제` 풀어야 전망도
코로나로 뿌린 돈 `부작용` 대비책 마련 필요
유동성 회수 `중앙은행·정책당국·금융시장` 타이밍 맞춰야
  • 등록 2021-01-21 오전 5:10:00

    수정 2021-01-21 오전 5:10:00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원다연 기자] “경제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코로나 이전 상황을 회복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회복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제시한 연 3%대의 경제성장률 전망(기획재정부 3.2%, 한국은행 3.0%)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이데일리가 코로나19 발생 1년을 기점으로 7명의 경제전문가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명은 3%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 반면 나머지 3명은 어렵다고 예측했다. 1명은 백신 보급 등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기저효과로 3% 성장률을 달성한다고 해도 ‘숫자 놀음’일 뿐 무너진 경제엔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2% 성장은 가능할 테지만 내수가 다 죽었는데 뭔 의미가 있느냐”며 “기저효과 고려하면 1%대로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가장 큰 문제이지만 그것이 잠잠해진다고 해도 고용, 부채 문제가 경제 성장을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정부, 한국은행이 돈 풀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올해는 실물 경제로 돈이 이동하도록 유인하는 동시에 작년 무차별 살포된 돈이 가져올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코로나19 끝나고도 고용·부채 문제 쉽지 않아

경제에 가장 큰 걸림돌은 두말 할 것 없이 코로나19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은 “아무리 애를 써도 코로나19에 대한 통제가 이뤄진 다음에나 본격적인 경제 회복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과 치료제 등을 앞세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통제한다고 해도 고용, 부채 문제는 걸림돌로 남는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고용 시장이 경직적”이라며 “경제가 나아져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는 것에 상당히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취업자 수는 21만8000명 감소, 1998년(127만6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는데 고용이 회복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판단이다. 신세돈 교수는 “고용 정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실패했다. 고용 실책에 문책하고 인사부터 바꿔야 한다”며 “고용 문제가 선결돼야 가계부채, 물가 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중소기업은 단기적으로 부채 상환을 유예하고 있는데 향후 상환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를 3월말까지 연장해놓은 상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 유예 규모는 대략 125조원(만기연장 116조원, 원금 상환 유예 8조5000억원, 이자 상환유예 1570억원 추정)에 달한다. 추가 연장이 안 될 경우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부실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살포된 돈이 실물로 이동하게끔 하는 묘책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정책이 얼마를 어디에 쓰느냐를 정확하게 해주면 돈이 필요한 데로 가는데 그렇지 않으면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실물로 돈이 가도록 하기 위해선 “기업 활동을 촉진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호 회장은 정치권의 기업 규제 리스크가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치가 경제가 움직이는 무대의 배경을 깔아줘야 하는데 현재는 그 배경이 엉망”며 “기업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해도 성과는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건전성 규제·재정 확보·금융시장과 정책 조합 필요

지난해는 거센 불길을 잡는 게 최우선이어서 잔불처리등에서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지만 올해는 화마가 다른 분야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출 심사 강화 등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중장기적인 재정 확보, △금융시장과의 정책 조합 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풀었던 돈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부실 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 심사 등 거시건전성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성 재난 지원에 집중하는 것보다 중장기적인 재정 지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고령화에 따른 복지 확대 요구에 대비해 조세 측면에서 누진세 강화 등 중장기적인 재정 확보 방안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서비스업 중심의 자영업 대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일 교수는 “서비스업이 고도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한국 경제의 가장 강한 고리이자 약한 고리인 자영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백신 보급과 함께 돈을 조이는 과정에서 주식, 주택 등 자산 가격이 한꺼번에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 조합도 중요해졌다고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백신이 풀리면 행복한 고민이긴 하나 금융시장에선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정책당국, 중앙은행, 금융시장 3자간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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