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8·2 부동산 대책’ 1주년을 맞은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추가 규제를 내 놓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정부와 시장 간 ‘집값 전쟁 2차 라운드’에 본격 돌입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잠잠하던 집값이 최근 뛰는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습니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 시행과 6월 보유세 개편안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이제 나올 규제는 다 나왔다”고 해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슬슬 매기가 붙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일대를 대규모로 개발한다는 발언이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매수 심리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입니다.
| 7월 마지막 주(7월 30일 기준) 서울 자치구 아파트값 변동률.(한국감정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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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와 용산은 아파트값은 7월 마지막 주 각각 0.28%, 0.27%로 전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오르며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또 지난 4월 이후 15주 연속 내렸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저가 매물이 거래되면서 0.1~0.2%대 상승률을 기록, 최근 3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정부의 유력한 추가 대책으로는 서울에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입니다. 이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만 투기 지역으로 묶이면 가구당 주택담보대출 1건 제한, 양도세 10%포인트 가산 등 보다 강력한 대출, 세제 조치가 가해집니다. 현재 서울에서는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노원·강서·영등포·양천구 등 11개 지역만 투기 지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추가로 올 들어 집값 상승이 가파른 은평, 서대문, 동작구 등이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메머드급 개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는데요. 이는 김현민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에 대해 “(여의도·용산 개발은)협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못을 박으며 날을 세운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3일에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시청에서 연 첫 정책협의체에서 주택시장 안정 등에 대해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손병석 국토부 1차관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최근 들썩거리는 서울 주택시장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 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으로 이 협의체는 시장관리협의체로 이름을 바꿔 정례적으로 만나 주택시장 안정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 지난 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 첫 정책협의체 회의에서 손병석 국토부 1차관(왼쪽)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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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서울 주택시장이 완벽히 턴어라운드 해 본격적인 상승장세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성장 경기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도입 확대, 보유세 시행 등 남아 있는 변수도 적지 않아 주택시장 심리도 여전히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과 지방 주택시장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쉽사리 추가 규제를 내 놓지 못하는 요인입니다. 서울 주택시장 규제 파급 효과가 되레 미분양과 주택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지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지속된다면 집값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정부로서는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향후 정부가 주택시장에 내 놓을 규제 시점과 강도, 대상 지역 등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