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윤 한국 재무설계 대표] 100세 시대,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은 몇 년 전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이야기다. 큰일이 닥칠 거라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아직 내가 은퇴하지 않았고, 아직 내가 먹고 살 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이 진짜 현실이 되면? 이미 상황은 끝난다. 미리 대비한 사람들은 그나마 산으로 대피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다가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IMF나 금융위기를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위기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대처하고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서도 돈을 벌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앞으로 겪을 변화는, 아니 이미 시작된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누가 빨리 행동에 옮기느냐에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와 높은 사교육비에 허덕이면서도 넓은 아파트에서 살기를 고집하고 아파트 값이 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면, 머지않아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온다.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내가 어떻게 장만한 집인데? 집은 지켜야지’ 하고 모든 상황을 감당하고 있다면 내 의도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베이비붐 세대인 어느 분은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다. 자녀 둘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 그런데 그분은 얼마 전 서울 시내의 아파트를 팔고 지방 신도시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그는 구입한 지 10년도 훨씬 넘은 자동차를 여전히 타고 다닌다. 자녀들에게 적어도 빚은 물려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대학 졸업 후에는 자립을 권했다고 한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겠다며 아내와 노후에 살 곳으로 지방의 도시를 선택한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를 팔고 지방의 아파트를 산 후 남은 돈으로 노후생활 자금을 준비해두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런 결정을 했을 때 아내와 자녀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잘 이야기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가족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재무설계사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이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떨까요?” 하고 권하면 “그래도, 어쩐지, 그게 가능해요? 생각만 그렇지 그게 쉽나요? 난 아무래도…” 등의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사람은 큰 차 타다가 작은 차 타기 정말 어려운 동물이라잖아요” 하고 덧붙이는 사람도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변화의 시기에 모든 것을 바꾸고 다 버리고 다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과, 앞으로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점점 시간이 사라지고,우물쭈물하다가는 결국 엄청난 쓰나미에 휩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둘 중 하나다. 쓰나미를 피해 높은 산으로 가거나 쓰나미에 정면으로 맞서서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