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쓰나미]“제2의 최순실 막으려면 권력 나눠야"(좌담회)

이데일리 연중기획 '체인지코리아' 개헌 좌담회
  • 등록 2017-03-14 오전 6:00:00

    수정 2017-03-1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면서 1987년 개헌 이후 등장한 대통령 6명이 모두 불행한 말년을 맞이했다. 이를 운전자(대통령) 과실로 볼 것인가, 자동차(국가 권력시스템) 결함으로 봐야 할 것인가. 개헌 문제는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했으며, 국회도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개헌특위를 가동중이다.

이데일리는 지난 9일 개헌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본지 정경부장인 김화균 부국장의 사회로, 개헌특위 1소위와 2소위 간사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정치평론가인 신율 명지대 교수가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개헌의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개헌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대통령 탄핵 시대를 맞이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개헌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개헌, 공감대 크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가 체인지코리아 시리즈의 하나로 마련한 개헌 좌담회.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신율 명지대 교수,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회자=이데일리는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사명 아래 ‘체인지 코리아’를 기획을 연재 중이다. 개헌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어 모셨다. 개헌특위가 1·2소위로 나뉘어졌는데 김성태 의원께서 기본권과 지방분권 등을 다루고 있는 1소위 상황에 대해 말씀해달라.

△김성태 의원=우선 저는 적절한 주제를 적절한 시기에 정했다고 생각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헌법 개정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960~70년대를 기준으로 했던 헌법이 30년이 지났다. 시대 정신 자체가 수평적 협력의 시대 아닌가. 산업시대의 성공에 도취해 함몰됨으로써 잃는 게 너무나 많다. 결국 사회 전반에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분권형 헌법이 중요하다. 지난 1987년 독재 방지를 위해 개헌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좀 더 성숙된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본권이 확대돼야 한다. 영국의 전 수상인 데이비드 카메룬을 인용하면 결국 앞으로는 크리에이티브 피플 파워(창조적 민중의 힘) 시대가 와야한다.

△사회자=2소위는 군력 분권을 다루고 있다. 주제가 보다 매력적인데.

△이상돈 의원=위원 대부분, 한두 사람을 빼고서는 대통령제는 우리 헌법에서 수명을 다했다고 보고 있다. 완전한 내각책임제는 아직은 적절치 않다고도 본다. 대통령을 국민이 뽑되 일정한 권한을 주고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다수파가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 이것이 제일 좋겠다는 공감대는 이뤘다. 이원집정부제라고 표현하는데 특위에서는 이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 분권형 정부라 일컫는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개헌안을 냈는데 차이가 나는 부분이 대통령에게 어떤 권한을 주느냐는 것이다. 국군통수권과 외교 권한을 줘야한다는입장도 있지만 절대 다수는 분리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상돈 국민의 당 의원이 열변을 토하고 있다.
국회 구성에 있어 양원제와 단원제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지방에서는 양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구 비례로 갈 것 같으면 헌재 판결이 2대1인데 지방의 대표성이 너무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선거구제는 헌법에 규정하기보다 선거법 협상으로 최대한 표의 등가성이 반영되는 비례대표 늘리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신율 교수=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 장황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 개헌을 원한다면 한쪽으로 집중돼야 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이 개헌을 바란다고 나오는데 국민이 생각하는 개헌과 우리가 논의하는 개헌의 방향이 같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만일 다르다면 국민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개헌이 어떻다는 것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내각제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쿠데타 이후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결여된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내각제는 혼란’이라고 머리에 심어놨다. 이런 편견을 불식시켜야 한다. 또하나, ‘권력을 나눠 먹으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권력을 나눠먹으면 안 되고 혼자 먹으면 되나. 이건 모순이다. 이걸 알려야 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쉬운 용어로 전달하느냐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다 실패했다. 우리 국민은 정치를 인격화하는 현상이 있다.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받아들인다. 대통령제는 임기제를 근간으로 하지만 내각제는 임기제가 근간이 아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반대편도 권력을 잡을 수 있고 권력을 잡아도 국회를 해산해서 또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한다.

대선주자들 입장 밝혀야

△이 의원=대선이 끝나면 한달 후부터 차기 대선 여론 조사를 5년 내내 한다. 이 기회에 우리가 바꾸자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 임기가 5년이 되면 국민적 화합이나 개헌이 다 어렵다. 이른바 본선 후보들이 이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3년으로의) 임기 단축이나 개헌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고 대선 본선에 나갈 수 있을까.

△김 의원=대선후보는 명확히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과거 권력구조나 정부형태를 고집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미래지향적 개헌이 필요하다. 과거 제도를 그대로 지켜야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명확한 논리로 설득을 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지금 개헌 필요성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개헌 좌담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신 교수=더불어민주당은 대선후보들에게 내년 지방선거에서 하자고 이야기하라 한다. 근데 민주당은 왜 혼자 가나? 이러면 개헌이 당 행사가 돼 버린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하자고 이야기를 하면 임기단축 같은 중요한 문제는 다 빠진다. (내년) 6월에 하는 게 중요한가. 민주당은 개헌에 별 관심이 없다.

국민과 정치권의 괴리…개헌이 대선 주요 이슈가 돼야

△사회자=국민들이 개헌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다.

△이 교수=30년만에 처음 개헌특위를 만들었고 의원 300명 중 3분의2가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매우 의미가 있다. 다만 일반 국민들이 공감하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다. 대선 과정에서 이것이 중요 이슈가 돼야 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올라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 의원=구시대 영웅은 그대로 남기고, 새 시대는 영웅이 필요 없다, 국민들이 모두 영웅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유럽이 분권이 잘되는 이유가 시민들이 모두 의식을 갖고 있어서다. 각자의 책임과 함께 자율이 작동되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을 과감하게 떨치고 이번에 얻은 교훈으로 새 출발하는 계기를 헌법이란 기초로 쌓아야 한다.

△신 교수=국민들이 제발 알았으면 하는 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게 정권위기로 시작된 거다. 왜 정권위기가 국가위기가 되어냐 하나. 내각제같은 경우는 정권위기는 정권위기로 끝난다. 정권을 해산하고 다시 뽑으면 된다. 그런데 대통령제는 임기제다. 임기 때문에 어떻게 하지를 못한다. 그래서 국가위기가 된 것이다. 국민들이 이걸 알아야 한다. 대통령제 하는 나라중에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대통령제는 결국 인치?

△사회자=최순실 사태가 개헌 논의에 불을 붙였다. 삼성도 보면 구조가 비슷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각 계열사가 자율 체제로 전환되자 시장의 시그널은 삼성전자 주가를 올렸다. 삼성SDI나 1차 밴더들의 주가가, 가치가 더 올라갔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개헌 좌담회. 신율 명지대 교수가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 의원=대통령 중심제가 강한 힘을 발휘는 하는데 그게 탄핵과 같은 사태를 맞으니 중심이 모두 마비된다.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이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산업사회에서 압축된 성장과 성공은 분명 인치로 인한 것이다. 그런 산업화 시대의 성공이 오히려 지금은 독이 되고 있다. 제4의 물결 시대에는 이에 맞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만 쳐다보고 국가가 움직인다는 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 의원=박 전 대통령 사태는 물론 개인의 실패가 크지만 제도의 실패도 있다. 그런데 개인 실패를 제도의 실패로 호도하지 말라는 대응 논리가 있다. 개인 실패의 측면이 많기는 하지만 제도 실패의 측면도 있다.

△신 교수=인치적 사고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바뀌면 잘되나? 다른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아니다. 호랑이를 고양이인 줄 알고 키웠는데 고양이가 팔을 문다. 다른 호랑이를 또 고양이로 알고 키웠는데 다른 팔을 물고, 그렇게 사지가 다 잘렸으면 고양이를 호랑이로 안 사람이 잘못이다. 호랑이 잘못은 없다. 이번 탄핵의 교훈이어야 한다. 신화는 깨질 수 있다. 여전히 박정희 신화에 매달리고 있는데 이것을 깰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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