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조선, 내년 3월 폐업 수순…중소조선소 대량 실직 한파 예고(상보)

수주 잔량 없고 M&A도 어려워
정부 중소조선사 단계적 정리 돌입
'수주절벽' 성동·대선조선도 위기
  • 등록 2016-11-28 오전 6:00:00

    수정 2016-11-28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관 노희준 기자] SPP조선이 내년 3월 문을 닫는다. 현재 신규 수주가 ‘0’인데다 앞으로도 새로운 일거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이 회사 문을 닫기로 했다. 지난 1월 SM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조선업계의 ‘수주 절벽’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어려운데다 청산가치도 크지 않아 회사 자산에 대한 관리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SPP조선이 문을 닫으면 정부가 4월 기업구조조정 계획에서 밝힌 대로 중소형 조선사에 대한 단계적 정리 절차에 돌입한다. 중소 조선소의 대량 실직 사태와 지역 경제 한파가 내년 초부터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SPP조선, 4000여명 대량 실직 불가피

27일 SPP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 3월 초 선박을 인도하면 회사 문을 닫기로 했다”며 “신규 수주가 아예 없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데다 현 시점에서 M&A가 되기도 어려워 세금만 내면서 새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회사 자산 관리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적자만 아니라면 신규수주를 지속해 도크 운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배값 자체가 덤핑 수준인데다 실제 수주도 없어 더는 신규수주를 받지 말자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며 “지난 8월 SPP조선 자산 매각공고에도 응찰자가 없어 청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9월말 기준 SPP조선의 금융기관별 채권액은 수출입은행 6400억원, 우리은행 4008억원, 무역보험공사 2831억원, 서울보증보험 571억원 등 모두 1조3810억원이다. 채권단 대부분은 SPP조선 채권을 부실로 분류해서 상각하고 충당금을 쌓은 상태다.

내년 3월초 마지막 탱커선을 인도하면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약 4000여명이 실직한다. 이 관계자는 “SPP임직원과 협력업체 모두 3월 초 마지막 선박인도가 끝나면 퇴직금 받고 회사 정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협력업체 역시 SPP 것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조선사 일감을 받아 하고 있고 과거에 들어온 수주물량을 정리하는 것이어서 받을 돈을 못받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SM그룹과의 협상결렬 후 통영조선소와 고성조선소를 매각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채권단은 앞으로 SPP조선에 대해 새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세금만 내면서 회사 자산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 자산을 관리하다가 조선업 경기가 되살아나면 인수자가 나타날 수 있다”며 “세금만 내면서 관리하고 이후 소송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런 부분만 관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성동·대선 등 중소 조선사 ‘풍전등화’

수주잔량이 18개월 치 가량 남은 성동조선과 대선조선도 바람 앞에 촛불 신세다. 그나마 최소 1년 치 물량을 남겨두고 있어 조선업 경기 반등이 예상되는 2018년까지 버텨 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성동조선도 신규 수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그리스 선사로부터 신규 수주 1척을 체결하고 4척을 임시계약했지만 1척당 4500만 달러 규모로 수주 규모가 작다.

사실상 2018년 초가 되면 SPP조선의 전철을 밟을 전망이다. 성동조선이 문을 닫으면 성동조선에 나가 있는 여신은 모두 손실 처리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만 해도 성동조선 여신 규모가 10월말 기준으로 2조2500억원이다.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은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선박 인도가 되면서 수주물량이 떨어지면 결국 유휴인력과 설비가 늘 수밖에 없어 인력 감축과 설비 매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조선 설비를 지금 사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수주를 못 하면 문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안 되면 더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고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할 것”이라며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 중이지만 신규수주가 안되면 근본적인 대책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선·대한조선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연이어 신규 수주를 했지만 대부분 참치잡이선 등 규모가 작다. 정부는 중소 조선사에 대해 채권단과 기업의 합의 하에 이미 수립된 통폐합·매각 등 단계적으로 살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가 신규 수주를 못 해 정상적으로 회사 운영을 못 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일체의 추가 자금 지원 없고 현재 자구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정도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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