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주, 2살 아이를…아동학대로 얼룩진 설 연휴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번 설 연휴에는 유독 아동학대 관련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태어난지 2주밖에 안된 아이를 학대해 숨지게한 사건을 비롯해 이사를 가면서 2살 아이를 놓고 간 비정한 엄마도 있었다. 이들에겐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부모가 말 없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생후 2주 아이 폭행해 숨지게 한 부부, 구속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지난 12일 A(24)씨와B(22)에게 아동학대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부인 A씨와 B씨에 대해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일 전북 익산시 한 오피스텔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아이는 부모의 119 신고로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아이의 얼굴 등에서 멍 자국을 확인하고 아동학대를 의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 부부는 아동학대 여부를 묻는 경찰에게 “아이가 스스로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떨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시기의 영아인 점, 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수사를 이어갔고 “아이가 자주 울고 분유를 토해서 때렸디”는 진술을 받아냈다. 하지만 사망에 이를 정돈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 결과 사인이 ‘외상성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 부부는 이미 지난해 숨진 아이의 한 살 배기 누나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이는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12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지난 10일 구미시 빌라에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아이의 어머니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숨진 아이 버리고 간 비정한 母, 구속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는 2살 여자아이가 숨진채 발견됐다. 아이의 외할머니가 ‘빌라의 만기가 됐으니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집을 찾았다 숨진 외손녀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아기의 사체는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의 친부는 오래전 집을 나갔고, 친모 A씨는 6개월 전에 이사를 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A씨를 조사한 끝에 “아이가 죽었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A씨가 이사를 가면서 빈집에 아이를 혼자 버려두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최근 재혼을 한 A씨는 지난달까지 숨진 아이의 양육수당과 아동수당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올해 초 논란이 된 ‘정인이사건’과 관련해 부실 대응을 한 경찰에 대한 징계가 마무리됐다. 경찰청은 지난 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양천서 아동학대 신고 부실 처리 사건과 관련해 당시 양천서장에게는 경징계를 과장 2명과 계장에게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서울경찰청은 3차 출동경찰관 5명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