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W페스타]점프슈트 입은 류호정 “원피스 논란은 국회 男 중심이란 방증”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회 입성 130여일째. 청년, 여성, 붉은색 원피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스스로를 ‘입법 노동자’라고 부른다. 류호정(28·사진) 정의당 의원이다. 평균 연령 54.9세, 남성 의원이 81%를 차지하는 21대 국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지난 8월 국회 본회의장에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뒤 행보마다 화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5일 파란색 점프슈트에 노랑 가방을 메고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 복도 앞에 섰다. 류 의원은 최근 원피스 논란에 대해 “그만큼 대한민국 국회가 중년 남성 중심이었다는 방증”이라면서 여성 정치인과 청년 정치인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존재이거나 특별하지 않도록 적극 행동하고 자주 등장할 생각이다.(사진= 노진환 기자)

류호정 의원은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 참여를 앞두고 5일 가진 인터뷰에서 “원피스 차림을 두고 누구는 격식을 깼다고 말하는데 따지고 보면 격식을 파괴한 게 아니다. 원피스는 여성들의 흔한 출근 복장”이라며 “국회 안팎의 괴리 탓이다. 안과 밖의 온도차를 줄이는데 일조한 셈”이라고 웃었다.

류 의원은 노동운동 전문가다. 게임회사에 입사해 직장 내 갑질과 성폭력 문제에 맞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던 중 권고사직 당했다. 그 뒤로 IT계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선전홍보부장으로 활동하다가 2018년 정의당에 입당, 4.15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됐다.

그는 논란 이후에도 청바지, 반바지 등 다양한 복장으로 의정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도 파란색 점프슈트(바지와 상의가 하나로 붙어 있는 형태의 옷)를 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다만 인터뷰어로부터 매번 ‘원피스 사건이 첫 질문으로 나오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고 했다. 류 의원은 “원피스 옷차림이 강렬했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였다는 방증”이라면서 “여성이나 청년 정치인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도록 많이 행동하고 자주 등장해 익숙해지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의원실도 구태의연했던 기존 사무실과는 달랐다. 당 색깔에 맞춰 가구를 배치하는가 하면 방해 않는 선에서 음악을 켜놓는 식이다. 또 종이 없는 의원실을 지향해 패드를 활용한다. 의원실 평균 나이도 34세로 젊은 편. 서로 닉네임을 쓴다. 류 의원은 “청년 정치인인 만큼 달라야 한다는 요구를 받기도 하는데 요즘은 내가 하던 대로 하는 게 결국 다른 게 아닌가 싶더라”며 “뿌리 깊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반대에 부딪혀도 가고자 하는 방향을 상기하며 권력 없는 사람 곁에 있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특히 국회 입성한 뒤로는 ‘월화수목금금금’ 상태라고 했다. 그는 “워라벨은 사라졌지만 일상을 조율하는 법에 보다 적극 개입할 수 있어 보람차다”면서 “첫 국정감사도 잘해내고 싶다”고 했다. 또 “청년 노동권 보호3법(채용 비리 처벌법·임금 체불 방지법·부당 권고사직 방지법)도 준비 중이다. 발의한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킬지도 요즘 최대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류 의원은 “국회 밖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다”며 “필요할 때 옆에 있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 시대의 여성들을 향해서는 “1호 법안으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 의원실, 당, 시민단체, 여성운동가들이 함께 했다”며 “지지하는 여성들이 곁에 있다.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고 응원했다.

류 의원은 오는 20일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리는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 무대에 오른다. 이번 주제는 ‘영웅은 어디에나 있다’로 세션4 ‘함께 연대하다’ 토론 연사로 나서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여성들의 비전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